지난 2월 27일에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교육과학기술부,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가 ‘공교육 활성화를 위한 공동선언식’을 개최하고, 공교육 활성화를 위한 9개 항을 공동 합의·서명했다. 초·중등교육 관계자와 대학교육 관계자, 교원단체 관계자와 정부 관계자가 머리를 맞대고 공교육 활성화 방안을 고민했다는 점에서 환영할 일이다. 특히, 초·중등교육 관계자와 대학교육 관계자가 한국 교육의 문제에 대한 인식을 같이 했다는 점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그런데 다음 날 신문들의 평가는 달랐다. 일부 신문들은 무관심했고, 일부 신문들은 “공허한 선언”, “대교협의 두 얼굴”, “공교육 살리기 선언 공허하다”, “립 서비스로 끝난 공교육 선언” 등의 논설과 기사를 통해 비판을 숨기지 않았다. 이러한 부정적 평가는 성급한 면이 없지 않다고 본다. 선언은 선언일 뿐이며, 선언의 진정성은 후속조치를 보고 평가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교육의 주체들’ 속에 학부모 대표까지 포함됐더라면 공동선언의 의미가 더 컸을 것이라는 아쉬움은 남는다.
공교육 활성화 공동선언이 ‘활성화’ 되려면 실효성 있는 후속조치가 중요하다. 합의사항의 내용은 공교육 신뢰회복과 사교육비 경감 및 교육경쟁력 확보, 학교교육의 질 제고, 교원의 전문성 신장, 교육여건 조성, 교육격차 해소 및 교육복지 확충, 쾌적하고 안전한 교육환경 조성, 선진형 대학입학제도 마련, 청년실업 문제 해소, 교육재정 확충 등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지만, 문장이 모두 “~공동으로 노력한다.”로 끝난다. 공동으로 노력하지 않으면 말 그대로 선언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공교육 활성화를 위한 공동노력은 선언처럼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우선 공동선언에 참여한 기관들이 가지는 태생적 한계를 해결해야 한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정부를 대표한다고 하지만, 가장 중요한 교육재정 확충에 있어서는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그동안 초·중등 교원의 목소리를 대변해 왔지만, 전교조의 목소리를 간과하기 어려운 실정이며,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말 그대로 협의체로서 한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한계를 안고 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공동선언의 취지에 공감하는 단체와 기관을 추가로 참여시켜 제2, 제3의 공동선언이 이어지도록 해야 할 것이다.
또한, 선언을 정책으로 구체화하기 위해서는 이를 담당하는 실무 추진기구를 설치할 필요가 있다. 공동선언은 총론에서 합의한 결과일 뿐이며, 각론에 들어가면 참여기관 간에 이해관계를 달리할 여지가 많이 있다. 이런 문제를 조정하고 행·재정적으로 지원하는 일은 어느 한 기관이 담당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며, 여러 기관이 분담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공동선언에 포함된 9개 과제는 언뜻 보기에 시급하고 중요한 과제만 선별해놓은 것처럼 보이나, 사실은 공교육 활성화를 위한 모든 과제가 망라되어 있다. 모든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다면 그것보다 좋은 일이 없겠지만, 모든 정책은 선후와 완급이 있기 마련이다. 공동선언에 포함된 과제 중 시급하게 추진해야 할 과제가 무엇이며, 먼저 추진해야 할 과제와 나중에 추진해야 할 과제를 선별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공동선언에서 “교육의 주체들이 범사회적 협약을 통해 이 같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희망적 미래비전을 제시하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고 밝혔듯이, 이번 선언은 위기 극복을 위해 교육 관계자들이 마음을 열고 서로 합의했다는 데 일차적 의미가 있지만, 더 나아가 공동선언이 일회성 전시용으로 끝나지 않고 공교육 활성화로 이어지려면 무엇보다도 실효성 있는 후속조치가 이어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