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지방선거와 동시에 치러지는 교육감 선거제도를 고쳐야 한다는 정치권의 논의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여야를 불문하고 터져 나오는 논의의 핵심은 교육경력자만 출마할 수 있도록 제한한 교육감 자격 기준을 완화하고 정당이 관여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자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제안들은 헌법이 보장하는 교육의 자주성과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할 수 있는 것들이라 교육계의 반발이 거세다. 또 교육자치를 관치교육으로 회귀시키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받고 있다.
한나라당 김세연(부산 금정․교과위) 의원은 최근 교육감 선임 방식을 ▲시도지사 임명 ▲시도지사 선출 시 후보자로 지명(러닝메이트) ▲주민직선 중에서 시도가 조례로 정하도록 하자는 취지의 지방교육자치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일률적인 직선제가 교육 수요자인 주민들의 선택의 자유를 제한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법안은 또 현행 5년 이상 교육(행정) 경력자만 출마 가능한 교육감 자격 요건을 ▲평생교육기관 종사 경력 ▲교육연구 기관 연구 경력 ▲교육 관련 정치․행정 분야 종사 경력을 포함하자고 제안했다.
아울러 부교육감 자격을 국가공무원으로 제한하지 말고 당해 시도 교육감이 추천한 자를 시도지사가 임명토록 하자고 했다.
김 의원의 이 같은 법안은 2006년 지방교육자치법이 개정돼 교육감 주민직선제가 실시된 이후 정치권에서 논의된 내용의 종합편인 셈이다.
민주당의 안민석 의원(오산)은 지난해 교육경력 또는 교육행정경력자로 제한된 교육감 자격을 풀고, 예비후보 등록 이후 당적이 없도록 하는 법안을 제출해 놓은 상태다. 또 교육감 선거 후보자가 선거 운동 비용을 모금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법안을 제출했다.
같은 당 이시종 의원(충주)은 시도의회 내 교육위원회를 별도의 시도교육위로 전환하고, 학부모나 교직원, 학운위원, 사학법인 이사 등 교육관계자가 교육감과 교육위원을 직선하자는 법안을 제출했다.
이와 같은 법안들은 4월 들어 본격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교과부는 4일, 권영진(한나라당 서울 노원을)․안민석 의원은 14일 지방교육자치법 개정안을 두고 공동 정책토론회를 가질 계획이다.
정치권의 움직임을 주시하며 그동안 전국 시도교육감, 시도교육위원들과 순회 간담회를 통해 의견을 조율해 온 교총은 다음 달 초 교육자치 토론회를 갖기로 했다.
시도교육위원들도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임갑섭 시도교육위원회의장협의회장과 이인종 교육자치특위위원장, 윤병태 대전시교육위원은 17일 이원희 교총회장을 방문해 교육자치를 수호하기 위해 공조하기로 했다.
이들은 교육감 후보 자격에 교육경력을 요구하지 않고, 정당인에게도 문호를 개방하자는 내용에 대해서는 단호히 대처한다는 입장이다.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과 전문성을 보장하는 헌법을 고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지금 정치권에서는 여야를 막론하고 중진 정치인들이 수도권의 차기 교육감 후보로 거론되는 상황이다.
아울러 2010년 동시 선거 이후로는 시도의회내 상임위원회가 되는 시도교육위원회를 별도의 기구로 유지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같은 시기부터 77명으로 줄어드는 교육의원 정수도 현행처럼 139명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4월 임시국회는 교육자치 논쟁으로 달궈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