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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학교와 사회 소통해 학원폭력 없애자

약 10년 전 필자가 지방도시에서 조직폭력범죄를 전담하는 검사로 근무할 때의 일이다. 그 도시에는 2개의 폭력조직이 활동하고 있었는데, 놀라운 것은 고교생들이 폭력조직에 많이 가입해 고교생 조직폭력배가 지역의 골칫거리가 돼 있었던 점이다.

당시 폭력조직의 총알받이로 이용돼 범죄를 저지른 어린 학생들을 조사해 보면, 폭력조직의 선배들이나 친구들이 멋있어 보여서 폭력조직에 가입한 것이라고 했다.

필자로서 할 수 있었던 일은 폭력조직원들이 비행청소년들의 영웅이 아니라 추악한 범죄를 무자비하게 자행하는 흉악범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청소년들에게 알려주는 일 밖에 없었다. 그래서 그 지역의 양대 폭력조직의 두목과 행동대장급들의 몇 년간 행적을 추적해 범죄단체 조직 등의 혐의로 구속하고, 두목에게 무기징역을 구형함으로써 폭력조직을 동경하는 청소년들에게 조직폭력배의 말로가 비참함을 알려주었다.

필자가 또 한 번 학교폭력과 관련된 인상 깊은 사건을 담당하게 된 것은 초임검사 시절이다.

고교 2년에 재학 중인 학생이 같은 학교에 다니는 동급생을 때려 상처를 입히고 돈을 빼앗은 사건이었는데, 경찰에서 구속돼 강도상해라는 중한 죄명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조사를 해보니 비슷한 전력도 있고 크게 뉘우치는 것으로 보이지도 않아 기소를 할 생각으로 공소장을 작성하고 있는데, 이 학생의 담임선생님이 검사실에 방문했다.

담임선생님은 이 학생의 가정환경, 교우관계, 생활태도, 비행 동기 등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하면서 자신이 책임지고 사람을 만들어 볼테니 선처를 해달라고 호소를 했다. 필자와 비슷한 연령인 선생님의 태도에서 학생에 대한 애정과 선도 의지를 충분히 읽었기에 필자는 담임선생님을 비상임선도위원으로 초빙하고, 선도조건부 기소유예라는 처분을 하면서 학생을 석방하고 학교로 돌려보냈다.

그 후 그 선생님이 선도활동을 하면서 한 달에 한 번씩 정성을 기울인 보고서를 보면서 그 학생의 변하는 모습을 알게 됐고, 한 선생님의 열정이 한 학생의 인생을 구했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됐다.

며칠 전 어느 학교 앞을 지나면서 선생님들과 학생들이 ‘학교폭력 추방 캠페인’을 벌이는 것을 보고 학원 폭력이 학교만의 문제인지 생각하면서 위 두 사건이 떠올랐다.

2004년 제정된 ‘학교폭력예방및대책에관한법률’ 제4조에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무를 규정해 사회 구성원 모두가 학교폭력 예방 및 근절에 대한 책임을 이행하도록 하고 있으나, 아직도 사회 일각에서는 학교폭력을 학교 및 교사만의 문제로 치부하면서 도의적인 책임을 전가하는 인식이 많이 남아 있다.

더구나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의 설치, 책임교사 배치, 학교폭력 예방 교육, 신고의무 등 학교폭력방지법의 규정으로 인해 실제로 학교와 교사의 부담이 가중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필자가 학교폭력 사건을 처리한 경험에 비추어 학교폭력은 학교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의 문제이며, 그 해결책도 법이나 학교만으로 찾을 수 없으며, 우리 사회와 연계해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다행한 일은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 마련을 위해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공무원, 전문가, 법률가 등 역량있는 인력의 네트워크를 구성할 수 있는 법적 토대가 마련돼 있고, 연구가 축적되고 일부 지역사회 네트워크가 구성되면서 사회가 학교폭력에 대한 책임을 공유해야 한다는 인식이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지역사회 네트워크는 아직 초기 단계이며 활성화를 위해서는 학교와 교사가 중심이 될 수 밖에 없는 단계인 것 또한 현실이다. 학교와 학생에 대해 무한한 애정을 가진 선생님들이 마음을 열어 지역과 소통할 때 지역 사회는 학교에만 전가하던 책임을 함께 할 것이다.

대한민국의 미래는 청소년들의 어깨에 달려있고, 청소년의 미래는 선생님들의 어깨에 달려있다는 믿음을 갖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학교를 중심으로 온 사회가 힘을 모아 폭력없는 학교를 만들어 나가는 사회적 인프라가 형성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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