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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어떻게 뽑나" 고민하는 입학사정관들

대교협 입학사정관 세미나에 350여명 몰려

 "도대체 어떤 기준으로 학생을 뽑아야 하나", "2천200개나 되는 전국 고교의 특성을 어떻게 일일이 반영한단 말인가…"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주최로 26일 제주 서귀포 칼(KAL) 호텔에서 열린 입학사정관 세미나는 최근 입시의 새로운 축으로 급부상한 입학사정관제에 대해 각 대학 입학 담당자들 스스로 얼마나 고민하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학생의 성적보다는 잠재력, 가능성을 보고 뽑는다는 제도의 취지는 좋지만 과연 어떻게 뽑을 것인지, 공정한 선발기준과 방법에 대한 부분에서는 다들 난감해 하는 분위기였다.

이날 세미나는 2010학년도 입시부터 입학사정관 전형이 대폭 확대되는 것에 대비해 입학사정관제 도입 및 운영 사례 노하우를 공유하기 위해 마련됐다.
최근 몇년 간 입학사정관제를 시범적으로 도입해 운영해 온 서울대, 카이스트, 포스텍 등 전국 20여개 대학이 직접 사례 발표에 나섰다.

세미나에는 20여개 대학 외에 전국 각지에서 총 350여명의 입학사정관, 입학처장 등 입학담당 관계자들이 몰려 새로 실시되는 입시제도에 대한 높은 관심을 반영했다.

참석자들은 2010학년도부터 신입생 300명 전원을 입학사정관 전형으로 뽑겠다고 밝혀 화제가 된 포스텍, 고교 학교장의 추천으로 150명의 학생을 무시험 전형으로 뽑겠다고 한 카이스트 등의 운영 사례에 특히 관심을 나타냈다.

포스텍 조범진 입학위원은 "잠재력있는 학생, 현재 성적보다 졸업 후에 우수한 성과를 거둘 수 있는 학생을 선발하기 위해 이미 전국의 고교를 돌아다니며 우수 학생을 발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직 교장, 교사 등 전문 경력을 가진 5명의 입학사정관을 채용했으며 이들이 고교별 특성을 전형에 반영하기 위해 매주 전국의 고교를 방문하고 있다"면서 "학교의 교육과정은 어떤지, 방과후에는 어떤 수업을 심층적으로 하는지 등을 일일이 살피고 교사, 학생들과 직접 인터뷰도 한다"고 소개했다.

사례 발표를 주의깊게 듣던 참석자들은 그러나 여전히 고개를 갸우뚱하는 모습들이었다.

한 참석자는 질문을 통해 "고교별 특성을 반영한다고는 하지만 현실적으로 우리는 특목고, 자립형사립고 외엔 특성화된 고교가 없다. 이런 상황에서 고교의 특성을 반영한다는 것은 극히 주관적이고 어려운 일 아니냐"고 물었다.

서울의 한 사립대 입학처장도 "소수의 입학사정관이 전국 2천200개 고교를 어떻게 일일이 방문해 특성화를 할 수 있느냐"며 "포스텍의 경우 선발인원이 얼마 안돼 가능할지 모르지만 학생수가 많은 대학들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입학사정관제에 대한 우려도 있지만 일단 첫 걸음을 뗀 만큼 대학들을 믿어줘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숭실대 고승원 입학관리과장은 "지난해에 비해 올해 입학사정관제 선발 인원이 갑자기 늘어나다보니 대학 스스로도 걱정스러운 건 사실"이라며 "그러나 전적으로 대학을 믿고 신뢰해 줘야 이 제도가 정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카이스트의 한 입학사정관은 "불합격한 학생들의 경우 '왜 떨어진 거냐'며 반발도 하지만 학교가 원하는 인재상을 잘 설명하면 대체로 수긍한다. 지금까지 이로 인한 큰 문제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입학사정관제 도입의 효과는 앞으로 좀더 지켜봐야 하지만 벌써부터 고교에서도 작지만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며 "과학고의 주입식 영재교육 시스템이 토론식으로 바뀌고, 학생부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교사에 대한 학생들의 태도가 바뀌는 등 좋은 선례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 함인숙 입학관리본부 전문위원은 "잠재력있는 인재들을 선발하기 위한 노력이 점차 고교 현장으로 파급되면서 각 고교에서 한층 내실있는 자료들을 제출하고 있고 신뢰성도 높아지고 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지역별 교육환경과 고교 현황을 좀더 자세히 파악하기 위해 올해 몇개 지역을 집중적으로 방문할 계획"이라며 "전년도 서류평가 자료에 대한 검증 및 자료 수합을 위한 활동도 병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과부는 입학사정관제가 급격히 확대되는 것에 대한 우려를 막기 위해 입학사정관제 지원사업을 신중하게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세미나에 참석한 교과부 김보엽 대학자율화추진팀장은 "입학사정관 전형으로 선발하는 학생수가 많다고 해서 좋은 평가를 받지는 못할 것"이라며 "입학사정관이 실질적으로 전형을 주도하는 경우와 단순히 서류심사에 참여하는 경우를 구분해 지원 대상 대학을 평가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사정관수, 사정관 1인당 심사하는 학생수, 사정관의 정규직 및 비정규직 여부, 교육훈련 계획 여부 등도 중점 평가 대상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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