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청주에서 발생한 기간제 교사의 제자 성폭행 사건이 교육계에 또 한 번 큰 충격을 주었다. 이따금씩 이러한 추문을 접할 때마다 많은 현장 교원들은 허탈해지고, 학교를 향한 주위의 따가운 눈초리에 한동안 심한 자괴감에 빠져들곤 한다. 가르침은 높은 수준의 도덕성과 신뢰의 뒷받침이 요구되며, 우리 스스로 이를 깬 것은 곧 가르침을 포기한 것이기에 그 어떤 비난도 결코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교육계 내부는 무엇보다 이 같은 사건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도덕성 재무장을 다지고 실질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할 것이다.
한편, 이와 병행해 풀어야 할 일들이 있다. 즉, 교육계 내부의 반성과 대책만으론 부족한 측면이 있다. 이번 사건을 국한해서 보면, 학생을 철저히 보호해야 하는 학교의 내부 안전망이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다. 전과 7범의 범죄 경력이 있는 기간제 교사 채용을 막지 못한 어설픈 검증 시스템은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
학교 안에서 학생들과 사제동행의 즐거움을 함께 하는 교사들은 대부분 교육적 사명감과 높은 도덕적 자질을 갖춘 사람들이다. 학생들은 편안한 마음으로 이들 교사에게서 규범을 익히고 지식을 얻고 인생을 배운다. 그러기에 교사가 되는데는 엄격한 검증이 필요하다. 그런데, 지금 그것이 충분하지 않은 것 같다. 만약 기간제 교사 임용에 따른 검증 시스템이 충분한 것이었다면 이번 사건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학교에서 교감은 교사의 휴직이나 병가, 산가 등으로 인한 수업 결손을 막기 위해 수시로 기간제 교사 확보에 업무력을 집중해야 한다. 교감들 간에 오가는 메신저 정보교환의 대부분은 기간제 교사를 구하거나 소개하는 일이며, 2학기에 들어가면 기간제 교사 확보를 위한 치열한 경쟁까지 벌여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교사자격증만 갖추고 있으면 누구에게든 교실로 들어가는 것이 거부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기간제 교사 채용을 위한 충분한 검증이 가능하겠는가.
나아가 교육 현장이 점차 개방되고 있다. 지식의 영역이 확대되고 학생들의 개성이 다양해지는 만큼 교직의 영역도 넓어질 수밖에 없다. 앞으로는 더욱 다양한 스펙트럼을 지닌 교직원들이 학교 현장에서 우리 아이들과 함께 배움을 나누고 생활하게 될 것이다. 그러하기에 이 시점에서 우리는 학교의 내부 안전망을 다시 한 번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적어도 학교울타리와 교실을 출입하는 교사에게는 일반인보다 훨씬 엄격한 도덕적 잣대와 제도적 검증 장치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