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고등학교의 대입수학능력시험 점수가 지역별, 학교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학국교육과정평가연구원(원장 김성열)은 15일 일반계 고등학교 재학생의 언어.수리.외국어영역 성적을 대상으로 2005학년도부터 2009학년도까지 5년간 수능성적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공개했다.
1993년(94학년도) 수능시험이 도입된 이후 수능시험을 본 재학생 전원을 대상으로 성적자료를 분석, 공개한 것은 처음이다.
평가원이 16개 시.도의 수능등급을 1∼4, 5∼6, 7∼9등급 등 3개 그룹으로 나눠 비율분포를 분석한 결과 광주가 1∼4등급의 비율이 가장 높고 인천.충남.전북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반면 7∼9등급 비율은 충남이 가장 높고 부산.광주가 가장 낮았다. 서울의 경우 1∼4등급 비율이 다른 지역에 비해 특별히 높지도 낮지도 않았다.
232개 시군구 가운데 상위 20곳을 분석한 결과에서는 서울과 광역시의 구와 시 지역이 85.5%, 군 지역이 14.5%를 각각 차지해 대도시 학생들이 시골 학생보다 상대적으로 우수했다.
부산 연제구와 해운대구, 대구 수성구, 경기 과천시 등은 5년 연속 상위 시군구에 포함됐다. 또 전남 장성군과 경남 거창군은 군 지역임에도 대부분 영역에서 상위 시군구에 포함되는 기염을 토했다.
지역별, 학교별 수능성적(표준점수 평균)에서는 시도 간은 영역별로 6∼14점, 시군구는 33∼56점, 학교는 57∼73점 등 세분화될수록 점수 차이가 컸다.
특히 평준화지역 내에서 학교간 점수차이도 26∼42점에 달해 학교 간 '서열'이 부인할 수 없는 현실임이 입증됐다.
16개 시도 가운데 서울.충남.전남.제주는 5년간 1∼4등급이 증가한 반면 부산.울산은 감소했다. 이 기간 제주와 충남은 모든 영역에서 7∼9등급이 감소한데 비해 인천은 모든 영역에서 증가했다.
학교유형별 분석에서는 사립학교의 수능성적이 국공립보다 조금(언어 1.1∼2점, 외국어 1.7∼2.9점) 높았고 언어.외국어 영역에서는 여학교, 수리는 남학교가 수능성적과 1∼4등급 비율이 대체로 앞섰다.
이번 수능성적자료 공개와 관련, 평가원은 향후 교육정책의 참고자료로 활용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정보공개에 대한 사회적 요구도 있지만 무엇보다 성적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요인을 파악해 향후 정부가 학교교육의 경쟁력과 질 향상을 위한 교육정책을 수립할 때 기초자료로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지역과 학교 간 서열화 등의 부작용을 이유로 그동안 철저히 비공개 원칙이 유지됐던 수능성적자료가 공개됨에 따라 사회적 파장과 함께 향후 평준화 정책의 실효성 등을 둘러싼 논란이 가열될 전망이다.
특히 세계적으로 어느 국가보다도 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은 우리사회의 분위기를 감안할 때 수능성적이 낮은 지역은 학부모들 사이에서 기피 지역이 되면서 심각한 사회적 파장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평가원은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공개 범위를 등급별로 묶고 개별 학교의 성적은 대상에서 제외했지만 16개 시.도별 성적 수준이 공개된 이상 앞으로 시.군.구와 학교별 공개도 시간문제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호기심으로 열어본 판도라 상자는 결국 공교육 붕괴라는 재앙을 가져올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