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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수능성적 공개…평준화 체제 위협받나

15일 사상 처음으로 공개된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 자료는 지난 30년 간 정부가 유지해 온 고교 평준화 정책의 근간을 흔들 수 있을 만큼의 파괴력을 가진 데이터다.

지역, 학교 간 차이가 확연하다는 사실이 데이터로 입증된 만큼 평준화를 통해 이룬 성과가 과연 무엇인지에 대한 실효성 논란이 일 수 있고, 이는 평준화 해체 주장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1974년 도입된 고교 평준화란 학교별 선발 방식이 아닌 학군별 배정을 통해 고교에 진학하도록 한 제도를 말한다.

어느 지역에서 학교를 다니든, 누구나 똑같은 여건과 환경에서 공부를 할 수 있게 함으로써 교육 기회의 형평성을 보장한다는 정책 목표가 담긴 것이라 할 수 있다.

고교 평준화는 1970년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오른 고교 입시 과열을 해결하기 위한 수단이기도 했다.

고교 진학을 위해 전국적으로 과외가 성행하고 중학교 교육은 입시 위주로 왜곡돼 이른바 '중3병'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했을 정도로 당시 고교 입시 문제가 심각했다.

이런 배경에서 도입된 평준화 정책은 중학교 교육을 정상화하고 교육 기회를 균등하게 보장한다는 측면에서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를 받았으나 동시에 숱한 논란의 대상이 돼야 했다.

평등을 강조하면 그만큼 교육의 수월성, 경쟁력이 약화되고 교육에 대한 개인의 선택권도 제한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번에 공개된 성적 자료가 입증하듯 '모든 학교를 같게 한다'는 평준화 목표에도 불구하고 실제 학교 간, 지역 간 격차는 존재할 수 밖에 없지 않느냐는 점도 논란거리였다.

따라서 평준화를 계속 유지해야 하느냐, 말아야 하느냐의 문제는 많은 학자,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상당히 엇갈렸던 주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평준화를 우리 교육의 근간으로 유지해 왔으며 특히 참여정부는 고교 평준화를 넘어 대학 평준화까지 고려했을 정도로 평준화 정책을 확고히 지지했다.

하지만 평등보다는 자율과 경쟁을 강조하는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면서 평준화 정책에 대한 정부의 접근 방식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지난 2월 초.중.고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가 공개됐을 당시 안병만 장관은 지역 간 성적차가 발생하는 원인으로 '평준화 정책'을 직접 지목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가 공개된 이후에는 정부 안팎에서 평준화 정책에 대한 보완 필요성이 계속 거론돼 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이번 수능성적 자료 공개는 평준화 해체론자들의 주장에 한층 힘을 실어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미 평준화 정책에 금이 간 지 오래이며 평준화가 해체되는 것은 시간 문제라는 주장을 펴기도 한다.

1983년 처음으로 경기과학고가 설립된 이후 특목고 설립이 잇따라 현재 전국적으로 과학고가 20곳, 외고가 30곳 정도 설립돼 있다.

학교별 전형을 통해 학생을 선발하는 이들 특목고의 등장은 사실상 평준화 해체의 '시작'으로 해석됐으며 최근 자립형 사립고, 국제고, 자율형 사립고 등 여러 유형들이 속속 생겨나면서 이 같은 추세는 한층 가속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서울의 경우 2010학년도 고교 입시부터 학생들이 제한된 범위 내에서 원하는 학교를 지망하는 '고교 선택제'가 도입되는데, 이 역시 평준화 해체의 연장선에서 보는 시각이 많다.

이화여대 성태제 교육학과 교수는 "사회주의 체제에서도 학교 간 격차가 존재하는데 평준화라는 것은 말이 안되며 이미 깨진 것이나 다름없다"며 "학교별 특성화를 유도하고 뒤처진 학교에 지원을 강화하는 쪽으로 정책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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