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당국이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 분석 자료를 15일 사상 처음으로 공개한데 이어 국회의원과 교수 등 연구자들에게도 수능 및 학업성취도 평가 원자료를 제공하기로 결정했다.
연구목적에 한해 제한된 범위 내에서 자료를 제공한다는 방침이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15일 발표된 자료보다 훨씬 더 상세한 분석이 나올 수 있어 또 다른 논란이 예상된다.
16일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수능과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에 대한 실증적인 학술연구가 활발히 이뤄지도록 하기 위해 개인 연구자들에게 성적 원자료를 공개하기로 하고 공개 범위, 방식 등을 논의하고 있다.
수능 및 학업성취도 평가 원자료에는 응시한 학생들의 개인정보와 성적, 학교ㆍ지역별 성적 등이 모두 담겨 있으며 연구자들을 비롯한 일반인에게 원자료가 공개된 적은 지금까지 한번도 없다.
현재까지 논의된 제공 방식은 연구자가 자료 공개를 신청할 경우 정보공개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자료의 제공 범위, 내용, 방법 등을 결정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연구자들은 연구목적 외의 다른 용도로 자료를 사용해서는 안되며 연구결과 산출물에 개별학교 정보 등을 식별할 수 있는 내용을 포함시켜도 안된다.
이를 위해 자료를 제공할 때 '연구결과를 목적 외의 용도로 사용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서약서를 쓰게 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일정 금액의 손해배상을 청구하기로 했다.
교과부 관계자는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수능이나 학업성취도 원자료를 분석하면 여러가지 유의미한 결과들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정부 정책에도 반영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와는 별도로 이달 말부터는 국회의원들에게도 수능 원자료 '열람'이 허용된다.
한나라당 조전혁 의원이 교과부에 수능 원자료 공개를 요구한데 따른 것으로 교과부와 평가원은 수능 원자료를 16개 시도 및 232개 시군구 단위로 공개한다는 방침을 지난달 확정하고 국회의원, 보좌관 등 국회 직원이 평가원을 직접 방문하는 경우에 한해 원자료를 열람할 수 있게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까지 평가원에 수능 원자료 열람 의사를 밝힌 의원은 조 의원을 비롯해 4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평가원은 자료 열람을 위해 서울 삼청동 평가원 건물 내 '보안실'을 따로 설치했다.
보안실은 출입이 철저히 통제돼 일반인은 물론 평가원 직원들조차 들어갈 수 없으며 자료 열람을 원하는 국회의원 및 국회 직원들만 신분 확인 절차를 거친 뒤 출입할 수 있다.
보안실 내에는 수능 원자료가 담긴 컴퓨터 2대가 설치돼 있어 국회의원들은 이 컴퓨터를 이용해 원자료를 열람하게 된다.
원자료를 그대로 저장하거나 복제하는 것은 금지되며 컴퓨터에 설치된 통계 프로그램을 이용해 분석, 가공한 뒤 이를 출력해 가져갈 수는 있다.
평가원은 국회의원들에게도 '개인정보, 학교명 등 서열화가 우려되는 정보를 외부로 노출시키지 않는다'는 내용의 서약서를 쓰게 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서약서는 법적 구속력이 없고 국회의원들은 연구 목적에 따라서 얼마든지 상세한 분석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이번에 공개된 수능성적보다 더 구체적인 자료가 나올 것으로 관측된다.
평가원 관계자는 "원자료가 그대로 외부로 유출될 경우 파장이 엄청날 것이기 때문에 자료 보안을 철저히 하고 있으며 국회의원들도 잘 협조해 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