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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시네마편지> 왓 위민 원트

여자들이 진정 원하는 것은…

프로이드가 평생 고민하고도 알 수 없었다고 했던 여자의 마음을 알게 된다면 그 남자는 정말 행운아일까. '왓 위민 원트' 는 ‘어쩔 수 없이’ 여성의 마음을 이해하게 된 생마초 남성의 회개기와도 같은 영화다.

광고회사에서 잘 나가는 바람둥이 닉 마샬(멜 깁슨)은 욕조 안에서 전기에 감전된 뒤 여자의 생각을 들을 수 있는 초능력을 가지게 된다. 그는 여성들의 진심을 귀로 들으면서 ‘찬사’와 ‘흠모’라고 착각했던 부하 여성들의 눈길이 사실은 상사에 대한 형식적 예절과 가면을 쓴 경멸이라는 걸 깨닫는다.

또한 단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깔보았던 상사 달시 맥과이어(헬렌 헌트)에게 진정한 동료애를 느끼게 되고 결국 사랑에 빠진다. 영화의 큰 줄거리는 속물적이고 남성우월주의자인 한 남성의 개과천선 과정을 따라가지만 이 영화에서 주목할 만한 인물은 닉 마샬이 아니라 오히려 달시 맥과이어였다. 탄탄대로인 닉의 앞길을 막으며 상사로 부임한 달시는 여지껏 헐리우드 영화가 그려온 전문직 여성의 모습에서 진일보했다는 면에서 닉보다 신선한(?) 인물이다.

“성공할수록 실패자가 되는 것 같았어요.” 달시가 털어놓는(물론 마음속에서지만) 이 대사는 그동안 할리우드 영화 속 콧대높은 젊은 전문직 여성에게서 등장하지 않았던 말이다. 유능하면서 소심한 남성, 유능하면서 주책스런 남성 등 일하는 남성의 캐릭터는 다양하게 변주돼온 반면 유능한 여성에 부여한 성격은 지극히 단순했다.

성공을 위해서는 영혼이라도 기꺼이 팔 듯한 ‘독종’이거나 이미 주류 이데올로기에 편입된, ‘무늬’만 여성이거나... 물론 남성중심의 세계에서 여성으로 살아남기 어렵다는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기도 했지만 더 이상 파이를 나눠 갖고 싶지 않은 남성들의 불편한 심기를 투영시킨 측면이 더 강했다는 것이 옳은 표현일 듯 싶다.

그러나 '왓 위민 원트'가 여성을 바라보는 방식은 달랐다. 이혼 경험이 있는 달시는 “남편하고 헤어진 건 내 자신이 되어가기 위해 치른 대가였죠”라고 말한다. 자신의 자아를 찾기 위해 치른 비싼 대가를 응시할 줄 알고 당당하지만 쓸쓸한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면서 인간적으로 번민하는 여성으로서의 달시.

그런 달시의 모습이 왜곡되고 한 쪽으로만 치우쳐 왔던 그동안의 영화와는 달리 신선하고 낯설게 느껴졌다면 아직 '여자들이 원하는 것'이 이루어지기는 요원한 세상이란 뜻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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