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의 '학원 심야교습 금지' 발언으로 촉발된 정부의 사교육 대책 갈등이 교육과학기술부가 이달 말 종합대책을 발표하는 것으로 정리되면서 일단 봉합되는 분위기다.
교과부는 7일 "사교육 대책과 관련해 교과부가 자체적으로 시도 교육청, 교원단체 등을 대상으로 여론을 수렴한 뒤 이달 말 종합대책을 발표하기로 했다"며 "미래기획위원회와 청와대, 여당 등 관계기관 간 조율을 거쳐 결정된 것"이라고 밝혔다.
6일 열릴 예정이던 당정협의가 무기한 연기되면서 사교육 대책을 둘러싸고 정부가 여전히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지 하루만에 교과부가 '교통정리'를 하고 나선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도 "교과부 주도로 사교육 대책이 나오는 것이 맞다. 대통령께서도 (곽 위원장이) 나서지 말라고 지시하지 않았느냐"며 교과부의 입장에 힘을 실어줬다.
이에 따라 교과부는 미래기획위원회가 당초 마련한 사교육 대책 안을 토대로 여론수렴 과정을 거쳐 정책 실현 가능성 여부 등을 꼼꼼히 따진 뒤 학원 심야교습 금지 여부 등을 비롯한 최종안을 이달 말 내놓는다는 계획이다.
이번 논란은 애초 곽 위원장의 잇따른 '돌출' 발언에서 비롯됐다.
그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밤 10시 이후 학원 교습을 못하게 법제화를 추진하겠다거나 외고 입시에서 수학 가중치를 폐지하겠다는 뜻을 밝히는 등 교육계에서 매우 민감하게 받아들일 만한 내용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교과부도 아닌 대통령 자문기구의 장이 이런 내용을 언급한 것은 미래기획위원회가 추진중인 '휴먼뉴딜' 정책 가운데 가장 핵심이 되는 것이 바로 사교육 관련 대책이기 때문인 것으로 관측됐다.
하지만 곽 위원장의 발언은 주무부처인 교과부와 협의를 진행하던 과정에서 나온 것으로, 아직 최종 조율이 끝나지 않은 사안이었다.
교과부는 미래기획위원회와 논의한 결과를 6일 당정협의에 보고하고 최종 확정한 뒤 공식적으로 발표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곽 위원장의 돌출 발언으로 예정된 계획들이 하나둘 틀어지면서 정부 내에서 미묘한 입장차와 갈등이 표출되기 시작했다.
안병만 교과부 장관은 "무리하게 추진하면 안된다"며 학원 심야교습 금지안을 사실상 '거부'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고, 여당도 곽 위원장이 경솔했다며 공개 비판했다.
이에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수석 비서관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청와대는 정책을 선제적으로 조율하는 곳이다. 위원회가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발굴하는 것은 좋지만 직접 나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사실상 교과부의 손을 들어줬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30일 미래기획위원회 주관으로 열린 휴먼뉴딜 정책 관계부처 회의에는 곽 위원장과 안 장관이 모두 불참했으며 이달 6일 당정협의도 결국 취소됐다.
국민들의 최대 관심사인 사교육 문제를 놓고 정부 내에서 심각한 정책 혼선이 빚어지고 있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는 상황이 연출되고 만 것이다.
곽 위원장이 논란의 소지가 큰 발언들을 내뱉은 배경을 놓고서는 대통령의 의중을 대변한다고 여긴 위원장이 지나치게 '오버'한 것이라는 해석과 쉽사리 칼을 빼들지 못하는 교육 관료들을 대신해 나선 것이라는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한 교육계 인사는 "여권 내에서 교육 개혁을 주도한다는 사람들은 교육 관료들이 개혁의 걸림돌이 된다는 시각을 강하게 갖고 있는 듯하다"며 "곽 위원장의 발언도 결국 그런 시각을 반영한 게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한편, 이번 논란은 정부 관계기관 간 주도권 다툼에서 빚어진 것일 뿐 학원 심야교습 금지를 포함한 사교육 대책의 큰 틀에서는 이미 청와대와 교과부 간 공감대가 이뤄졌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교과부가 발표해야 모양새가 좋을 내용을 곽 위원장이 나서 먼저 터뜨리는 바람에 문제가 된 것이지, 내용을 놓고 보면 사실 별 이견이 없다. 사교육 대책과 관련해서는 이미 마련된 안이 있었고, 계획된 프로세스에 따라 진행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교과부는 이달 말 발표될 사교육 대책에 어떤 내용이 포함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공식적으로 함구하고 있다.
물리적으로 학원 심야교습을 금지한다고 해서 사교육이 억제될 수 있느냐의 문제를 놓고서는 교육계에서도 의견이 분분한데다 여당 내에서도 의원들 간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최종 결론이 어떻게 날지 주목된다.
교과부 관계자는 "여론수렴 과정을 통해 최종안을 확정할 것이므로 지금 단계에서는 어떤 내용이 담길지 예측하기 힘들다. 학원 심야교습 금지안도 논의 결과에 따라 포함될 수도, 포함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