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학기술부가 13일 사교육비 절감 대책의 하나로 올해 전국 400개 초ㆍ중ㆍ고교를 '사교육 없는 학교'로 지정해 운영하겠다는 계획을 밝혀 관심을 끌고 있다.
방과후 프로그램 강화, 정규수업 내실화 등으로 '학원보다 나은 학교'를 만들겠다는 취지에선 긍정적이지만 '학교의 학원화'를 초래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어 향후 운영 성과가 주목된다.
◇ 어떻게 지정하나 = 교과부가 구상하고 있는 사교육 없는 학교의 모델은 서울 덕성여중이다.
이 학교는 교장이 직접 학생, 학부모를 설득해 전교생 모두 학원을 끊도록 하고 교사들이 밤 늦게까지 남아 학생들을 지도함으로써 공교육 개혁의 모델이 되고 있다고 올 초 언론에 소개되면서 화제가 됐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2월 친히 학교를 방문해 학생, 교사들을 격려하며 공교육 성공 사례로 치켜세우기도 했다.
교과부가 내놓은 사교육 없는 학교 지정계획은 바로 이 학교 사례에서 착안한 것으로, 덕성여중과 같은 학교를 올해 전국적으로 400곳(초ㆍ중ㆍ고교)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학교 수는 연차적으로 확대해 내년 600곳, 2011년 800곳, 2012년에는 1천곳으로 늘릴 계획이다.
학교 선정은 시도 교육청을 통한 공모 형식으로 이뤄진다.
우수한 정규수업 프로그램 또는 방과후학교 활동을 하고 있는 학교들을 대상으로 하되 사교육이 성행하는 대도시 지역과 사교육 수요가 있는 저소득층 밀집 지역의 학교를 우선적으로 선정할 방침이다.
외고, 과학고 등 특목고나 사립초등학교, 자립형사립고, 자율형사립고, 다른 사업으로 정부에서 5천만원 이상 운영비를 지원받는 학교(거점방과후학교 제외)는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교과부는 다음달까지 각 시도 교육청을 통해 학교 선정 절차를 마친 뒤 7월부터 본격적으로 이들 학교가 운영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 운영성과 주목..'학원화' 우려도 = 사교육 없는 학교가 주목되는 이유는 이름 그대로 이들 학교가 정말 '사교육이 없는' 학교가 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다.
교과부가 내세운 목표는 3년 뒤 이들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의 사교육비 지출을 지금보다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매년 교장을 상대로 진행 실적을 평가하고 학생, 학부모를 대상으로 만족도를 조사할 계획이다.
이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사교육 없는 학교를 '자율학교'로 지정해 교육과정 운영과 교원인사 등에서 자율성을 대폭 확대하는 등의 혜택도 줄 방침이다.
또 교내 자율학습실을 리모델링하고 수준별 이동수업을 위한 교실을 확충하는 등 학교 시설을 개선하기로 했다.
이에 필요한 예산으로 교과부는 학교당 1차연도에는 평균 1억5천만원씩, 2-3차연도에는 자생력 유도 차원에서 1억원씩을 지원할 계획이다.
교과부는 학교의 바람직한 수업모델로 학생 개개인에 맞춘 수준별 수업, 토론ㆍ실험 위주의 수업, 인성과 예술적 감수성을 키울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의 수업, 학생ㆍ학부모 수요에 맞춘 방과후수업 등을 제시했다.
예를 들어 경남 삼성초등학교의 경우 우수 학생을 대상으로 수리과학 통합반을 운영하는 등 '영재성 찾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고, 대전 목양초등학교는 기초 학력 부진학생을 대상으로 '방학 중 학력증진 캠프'를 운영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또 대구 영신고는 EBS 교재를 활용해 부진학생에게 개인별 학습지도를 하고 있으며 경기 동백고는 최하위권 학생을 위해 영어, 수학 별도 지도를 하고 있다고 교과부는 소개했다.
방과후학교와 관련해서는 학원을 비롯한 외부 기관의 우수 강사가 직접 학교에 와서 강의하거나 학원처럼 교과 종합반을 만들어 밤 늦게까지 보충 지도를 할 수도 있다. 야간 시간대 교실개방, 심화학습반 운영 등도 교과부가 제시한 운영사례 가운데 하나다.
그러나 이같은 방식으로 가면 결국 학교를 학원으로 만드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공교육의 본질을 개혁하는 것이 아니라 학원에서 밤 늦게까지 공부하듯 학교 공부를 시키게 한다는 구상은 과거의 야간 자율학습을 부활시키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성적 위주의 대입제도를 개선하겠다는 것이 현 정부 교육개혁의 핵심인데도 사교육 없는 학교를 비롯한 각종 정책들은 대부분 성적, 입시 위주라는 점에서 정부가 지향하는 교육정책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