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봄은 유난히 짧았던 것 같다. 교원들은 지난해에 이어 분노와 한탄의 침제된 분위기에 빠져 있다.
오늘부터 일주일간(10∼16일)은 제47회 교육주간이다. 올 교육주간 주제는 '학교에 힘을!'이다. 학생에게 희망을, 학부모에게 믿음을, 선생님에게 용기를 주자고 호소하고 있다. 한국교총은 해마다 스승의 날을 전후한 일주일을 교육주간으로 선포하고 그때그때 적절한 주제를 설정, 교육의 중요성을 알리고 스승존중 풍토를 조성하는 캠페인 을 벌여오고 있다.
그러나 '사면초가에 빠진 교권'의 문제가 구조적으로 얽혀 있어 좀처럼 해결될 기미가 안 보이는 안타까운 현실에서 누구를 상대로 캠페인을 전개할지 조차 막막하기만 하다. 교육과 교원에 대해 비교적 우호적이었던 국민들이 '수요자중심 교육'이 지나치게 강조되면서 비판자로 돌아서버린 느낌이다. 그동안 상대적으로 열악한 처우속에서도 '군사부일체'니 '국가발전의 원동력'이니 하는 미사여구를 다소나마 위안 삼았던 교원들이 허탈감에 빠지고 이간질을 부채질한 정부에 배신감을 토로하는 것은 자연스런 현상이다.
교원들이 이같은 현실을 맞딱뜨린 직접적인 계기는 교원정년단축을 둘러싼 논란이 벌어지면서 부터였다. 정부가 교원정년단축에 대한 교육계의 반대논리에 학부모들의 찬성 여론몰이로 대응하면서 정부, 학부모, 언론이 가세했고 교권이 사면초가에 빠지게 된 것이다. 이런마당에 그들에게 당신들의 자녀를 위해 '학교에 힘을 달라'고 힘차게 외쳐보지만 얼마나 가슴에 닿을 지 맥이 빠지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이 캠페인 주제는 교총이 설정했지만 정작 이를 적극적으로 실천해야 할 책임은 이같은 상황을 초래한 정부에 있다. 정부도 이마당에 병주고 약주는 듯 해 쑥스럽겠지만 교원정년단축을 강행하는 과정에서 고령교사를 경시하는 논리를 편데 대해 분명히 사과하고 교원사기를 앙양할 수 있는 정책을 펴 교육공동체가 회복되는 전기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일부 학부모단체가 기득권 운운하며 교육과 학교를 감시하는데만 열을 올리는 것은 결코 학부모 운동의 정도가 아니라는 사회적 인식이 확산돼야 한다. 학부모 운동의 바른 길은 '학교에 힘을!' 주는 것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