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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부모님 칭찬일기로 가족사랑 키워요”

인천 간재울중의 아주특별한 도덕수업





19일 오후7시 30분 인천 서구 간재울 중학교. 수업이 모두 끝난 이 시각에 학부모 45명이 한 교실에 모이기 시작했다. 이날은 3학년 8반의 ‘학부모 칭찬 공개수업’이 있어서다.

이 학교에서는 지난 11일부터 22일까지 하루씩 3학년 11개 반의 학생과 학부모가 모여 오후 8~10시에 공개수업을 진행한다.

이 수업은 김상복 교사가 평소 도덕수업 수행평가로 진행했던 ‘칭찬일기’의 사례를 발표하고 부모와 자녀간의 관계회복을 위해 마련한 시간이다. 김 교사가 7년여 전부터 시행한 ‘칭찬일기’는 자녀가 부모님을 칭찬하고 칭찬의 상황, 칭찬의 말, 부모님 반응, 칭찬활동에 대한 내 생각 등 4가지 사항에 대해 짧은 일기로 적는 것이다.

김 교사는 “인생의 행복은 가정의 행복에서 시작되고 효가 바로 세상의 근본”이라며 “우리 학생들이 가정 속에서 행복을 찾고, 칭찬을 통해 부모님의 사랑에 대해 표현할 수 있도록 만들자는 뜻에서 칭찬일기를 시작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의 수행평가는 1학기에는 나와 가정을 분석하기, 부모님을 칭찬하기로, 2학기에는 부모님과의 대화 분석하기, 부모님 직장 체험하기로 짜여 있다.

그는 “처음에는 학생들이 부모님한테 우리가 칭찬을 받아야지 왜 하냐, 우리 부모님은 칭찬을 해도 안 변한다는 말도 하고, 쑥스러워서 못하겠다는 반응도 많았다”며 “처음에는 수행평가를 빌미로 강제로 시키고 칭찬 예시문 50개를 나눠주면서 이를 응용하거나 그대로 따라서라도 해보게 했다”고 말했다.

이렇게 해서 8반 학생 43명이 3월부터 2개월간 부모님한테는 비밀로 써왔던 칭찬일기가 이날 공개된 것이다. 학부모들은 그동안 자녀들의 행동이 부드러워지고 변했다는 생각을 해오던 터에 그 원인이 바로 칭찬일기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 날이기도 하다.

이나연 양은 “엄마가 감자샌드위치를 해주셔셔 나 이거 먹고 죽어도 여한이 없을 정도로 맛있어라고 칭찬했는데 엄마가 ‘죽긴 왜 죽어 이년이’라고 말했다. 그래도 우리 엄마는 정말 요리를 잘하신다”며 칭찬일기를 발표했다.

TV를 보고 계신 아빠에게 뜬금없이 잘 생긴 것 같다는 칭찬을 했더니 ‘정직한 말만 해’라는 핀잔을 들었다는 학생, 용돈을 주실 때 칭찬을 해야 겠다는 생각에 ‘엄마가 사랑스러워’라는 말을 했다가 ‘그래도 더 안줘’라는 대답만 들었던 학생 등의 일기 내용이 학부모들 앞에서 소개됐다.

평소 지나쳐왔던 부모님의 행동에 감사의 말을 전하기도 어려울뿐더러 생소한 칭찬에 대한 부모의 반응도 어색하기는 마찬가지. 그러나 학생들은 칭찬거리를 찾으면서 조금씩 변하고 있었다.
백은진 양은 “평소 같으면 지나쳤을 일을 찾고 관찰하게 된다. 처음에는 고맙습니다라는 말이 낯간지럽고 도저히 안된다고 했지만 어느새 일상이 돼서 쑥스럽지 않았다”며 “수행평가는 끝나도 마음속의 칭찬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학생들의 편지에 대한 응답으로 학부모들의 편지발표도 이어졌다. 이용신의 어머니는 “너희들 뒷바라지 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했는데 대화가 많이 부족했네. 아들이라 강하게 키워주려고 했는데 아빠의 방식이 잘못된 거 같구나. 표현은 잘 못하지만 엄마아빠의 사랑이 부족한 것은 아니란다”라며 아빠의 편지를 대신 전했다.

김 교사는 자녀와 학부모의 눈물의 편지로 이어진 분위기를 간단한 게임과 노래로 전환했다. 평소라면 유치하다는 생각에 부모와 하지 않았을 행동들이지만 이날만큼은 서로 웃고 방법을 설명하면서 자녀와 부모가 마주앉았다. 부모와 자녀가 서로 4가지씩 칭찬할 사항을 적고 소망을 한 가지씩 적은 다음에 교환해서 읽어보는 시간도 이어졌다.




교실에서의 공개수업이 끝난 뒤 세족식을 진행했다. 부모님들은 자녀가 무릎을 꿇고 발을 씻어주자 눈물을 흘리곤 했다. 불을 끄고 부모가 자녀를 안고서는 자녀의 인생을 위해 축복하는 말을 하는 시간으로 이날의 수업은 끝났다.

김 교사는 “학생들은 부모님에게 인정받고 싶어한다”며 “자녀지도의 십계명 중에서 부모들은 한가지씩만 골라 실천하면 나머지 9가지는 저절로 실행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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