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선 교육계가 노무현 전 대통령 투신자살에 따른 ‘베르테르 효과’를 우려, 생활지도 대책에 부심하고 있다. 베르테르 효과는 유명인이나 자신이 모델로 삼고 있던 사람 등이 자살할 경우 그 사람과 자신을 동일시해 자살을 시도하는 현상을 일컫는다.
실제 지난달 23일 노 전 대통령 자살 이후 자살하거나 자살을 기도하는 사건이 여럿 발생했다. 전문가들은 사회 지도층 인사 중에서도 최고 위치에 있던 노 전 대통령의 자살은 한참 예민한 시기인 청소년들에게 직간접적으로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자살예방대책추진위원장을 맡고 있는 강지원 변호사는 한 칼럼에서 “1년에 이 땅에서 자살하는 이가 1만 명이 넘는다. 1개 사단 병력의 숫자다. 베르테르 효과가 겁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그래도 죽지 않고 살겠다’고 말해 주었으면 좋았을 것이다. 삼가 명복을 빌면서도 그 점이 너무 안타깝다”고 피력했다.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는 최근 당 5역 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육신을 가진 나약한 인간은 큰 어려움 앞에서 흔들리고, 죽음을 생각할 만큼 고통 속에 살기도 하지만 어떤 경우에도 자살은 미화될 수 없다”며 “우리 사회에서는 노 전 대통령의 자살 이후 베르테르 효과가 나오고 있다”고 걱정했다.
교육계도 한 목소리다. 최수룡 대전버드내초 교사는 한교닷컴(www.hangyo.com) 리포트에서 “노 전 대통령을 극단적인 고통에까지 몰고 간 여러 요인들이 있었다 하더라도 결코 그 길을 선택하지 말아야 했다”며 “전 대통령이 세상을 버리셨다는 것을 학생들에게 어떻게 교육적으로 지도해야 할지 참으로 난감하다”고 말했다.
김은식 충북 청원고 교감도 “오죽하면 스스로 목숨을 끊겠는가라는 동정론이나 개인에게도 자살할 권리가 있는지에 대한 논란에 관계없이 자살은 또 다른 죽음을 부른다는 점에서 사회의 ‘무서운 전염병’”이라며 “사연이야 어찌되었든 자살은 비교훈적이고, 어떤 논리로도 객관화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윤정모 전북대 교수는 3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추모 열기는 현 정권에 대한 불만의 표출로 볼 수 있지만 자살자체가 미화될 수는 없다”며 “그렇지 않아도 OECD 국가들 가운데 자살율 1위라는 불명예를 갖고 있는 우리나라로서는 이번 기회가 보다 깊은 반성과 대책을 마련하는 계기가 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교과부 학생건강안전과의 한 관계자는 “전직 대통령이 자살했다고 해서 당장 이벤트성 대책을 내놓거나 일선에 특별한 지침을 시달할 수는 없는 일”이라며 “그렇지만 자살이 우리 사회의 심각한 문제인 만큼 전문가들의 자문을 받아 종합적인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서울을 비롯한 16개 시․도교육청도 이 사건이 학생들에게 미칠 영향을 고려, 학교장이나 교사들이 기존의 ‘생명존중 교육’ 등을 더욱 강화토록 하는 방안을 강구중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