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it'(쓸모없는 놈), 'Shut up'(입 닥쳐) 같은 말을 자주 쓴다고 하더라구요. 기분 나쁠 때는 아예 책을 집어던진대요. 어느 날 아이에게 벌로 'I don't want to study'(공부하기 싫어요) 100번 쓰기를 내줬더라구요. 아무래도 이상한 것 같아요"
초등학생 아들을 둔 일산에 사는 주부 김모(40)씨의 한탄이다.
원어민 영어교사가 급증하면서 이들의 자질 시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수업 태도가 극도로 무성의하거나 학기 중에 맘대로 그만두는 교사는 물론이고 학력을 위조한 교사에 이르기까지 그 실태도 다양하다.
11일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2006년 9월말 2천456명이었던 전국 초ㆍ중ㆍ고등학교의 원어민 영어교사는 2007년 3천693명으로 늘었다. 지난해는 무려 1천700여명이 늘어 작년 9월말 현재 5천417명에 달한다.
2년새 3천명을 새로 채용하는 '초고속 확대정책'을 쓰다 보니 자격이나 자질이 검증되지 않은 부적절 원어민 교사들로 인한 부작용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연합뉴스가 직간접으로 접촉한 학부모와 교사 등에 따르면 수원시 장안구의 D중학교에서는 지난해 영국 출신 원어민 교사가 술에 취한 채 학교에 들어와 학교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술에 취한 그 교사는 학생들이 이해하지도 못하는 단어로 성교육을 진행하더니 "내가 결혼하지 않은 이유는 너희같은 자식을 낳지 않기 위해서다', '독도는 일본 땅이다' 등 망언 수준의 말을 쏟아냈다.
전남의 한 고등학교에서 영어교사로 일하는 최모 교사는 동료 원어민 교사에 대해 "교육의 기본 개념조차 모른다. 팝송을 가르치는 시간에는 노래만 열번이고 스무번이고 반복적으로 들려주곤 한다. 팝송을 통해 '영어 교육'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전혀 모른다"고 전했다.
일선에서 원어민 교사와 협동 수업을 펴야 하는 영어 교사들은 이들의 무성의한 수업 준비를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고 있다.
원어민 교사와 1년 6개월을 일했다는 한 교사는 "초등학생들은 영어에 대한 흥미를 불러일으켜야 하기 때문에 수업 준비가 정말 중요하다. 그런데 원어민 교사가 일년반 동안 수업 준비하는 것을 딱 두번 봤다. 그것도 평가를 위한 공개수업을 위한 준비였다"고 혀를 찼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지난해 학교에 처음왔던 원어민 교사가 한달만에 아프다고 그만둬 버렸다. 그 다음에 온 사람은 2주 정도 하다가 힘들다고 그만뒀다. 결국 원어민 교사 없이 1학기를 보냈다"고 전했다.
교과부는 이 같은 원어민 교사는 극소수에 불과하다고 해명하지만 통계상의 수치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교과부 집계 결과 지난해 1월부터 4월까지 무단으로 그만두거나 부적응, 취업, 질병 등을 이유로 사직한 원어민 교사는 54명이었다. 넉달간 수치이므로 일년으로 환산하면 160명 가량에 달한다. 지난해 원어민 교사 수가 5천여명이었다는 것에 비춰보면 심각한 수준으로 볼 수 있는 수치다.
자격에 미달하거나 학력을 위조한 것으로 의심되는 원어민 교사도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용인의 S고등학교 교사는 "맨 처음 인사하러 왔을 때 전공이 뭐냐고 물었더니 'Social Counseling'이라고 답하더니 아이들과 수업 중에는 'Technical College'를 나왔다고 했다. 그런데 다른 수업 시간에는 자신이 'Animal Science'를 전공했다고 했다. 믿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목동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인근 학교에서 원어민 영어교사의 자질이 의심돼 학력을 조회했더니 위조한 것이 드러났다. 결국 그 외국인은 야반도주하고 말았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더 이상 원어민 영어교사와 관련된 제도 개선을 미룰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교육은 백년대계'라는 인식으로 지금까지와 같은 양적 확대 정책이 아닌 질적 개선에 나서 원어민 영어교사의 채용ㆍ관리ㆍ보상 시스템을 체계적으로 확립해야 한다고 이들은 조언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주형미 연구원은 "지원 자격의 엄격한 제한, 지속적인 재교육, 모범 수업 사례의 보급, 우수 원어민 교사의 우대 등 다양한 제도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