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주지와 상관없이 학생이 학교를 골라 지원할 수 있는 '고교선택제' 실시가 내년으로 다가오면서 서울 서초, 송파, 강동구 등 속칭 '강남 옆동네'에 비상이 걸렸다.
13일 교육계에 따르면 이들 3개구 관내 학교와 구청은 성적이 우수한 중학생들이 인근 강남구 소재 고교로 빠져나가는 '인재 유출'을 막기 위한 계획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서초구는 2009년 15억원에 그친 지역 학교에 대한 투자액을 2010년에는 106억원으로 대폭 늘리기로 했다.
100억원 규모의 서울고 학습관(지하 2층, 지상 7층, 연면적 1만332㎡)과 62억원이 필요한 서문여고 정보도서관을 건립하는 데 구 예산이 지원된다.
"고교선택제 및 대학입학사정관제 시행 등 급변하는 교육환경에 발맞춰 지역인재 유출을 막고 우수한 인재를 지역에 유치하는 것"이 서초구가 공식적으로 밝힌 투자 목적이다.
강동구는 고교선택제 시행에 대비해 강동고, 동북고, 배재고 등 지역내 11개 고교와 손잡고 지역 학교 육성을 위한 매칭펀드를 도입했다.
강동구는 2011년까지 3년간 지역 학교 육성을 위해 50억원을 들여 외국어 활성화 프로그램, 논술.수능특강 프로그램, 진로적성 검사진단 프로그램 등을 개발하고 운영을 지원키로 했다.
송파구는 보성고, 배명고, 보인고 등 관내 14개 일반계 고교와 함께 11일 송파구민회관 대강당에서 입학설명회를 개최했다.
구 관계자는 "고교선택제의 구체적인 내용을 학생과 학부모에게 설명하는 동시에 우수한 지역인재의 유출을 막아보자는 것이 설명회 목적"이라고 말했다.
설명회에 참가한 이 지역 고교 교사는 "이동시간이나 체력관리 등을 생각하면 집에서 가까운 학교에 가는 것이 더 공부에 도움이 된다"며 "굳이 강남구의 고교를 찾아가지 않아도 좋은 대학에 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들 3개 구는 관내에도 명문대 진학률이 높은 일반계 고교가 적지 않지만 '준특목고급'으로 불리는 K고, H고 등 강남구 소재 일부 학교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인식 때문에 위기의식이 커졌다.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이 지난해 10월 한국사회여론연구소에 의뢰해 학부모 800명을 조사한 결과 '통학거리와 관계없이 명문대 진학률 등 평판이 좋은 학교에 자녀를 보내고 싶다'고 답한 학부모가 전체의 67.6%에 달했다.
고교선택제와 직접 관련이 없는 지역 주민도 우수학생 유출을 우려하고 있다고 한다. 집값과 '동네 수준'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 학군과 학원 등 교육여건이라는 현실 때문이다.
인접 3개구로부터 집중 견제를 받는 강남구도 최근 2년간 42억원을 들여 관내 고교를 지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으나 조바심을 느끼는 3개구와는 달리 여유만만한 모습이다.
강남구의 한 관계자는 "강남구는 특목고 진학 비율이 다른 자치구에 비해 월등하게 높다"며 "우리의 사업 목적은 인재 유출을 막는 소극적 차원이 아니라 지역 고교를 특목고와 맞먹는 '명품고'로 육성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계에서는 강남구 옆 3개구가 그동안 강남구와 함께 '강남권', '8학군'으로 통칭돼 왔지만, 고교선택제를 계기로 '강남'과 '강남 옆동네'로 차별화될 것으로 점치는 이들이 점차 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