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학부모들이 다양한 통로를 통해 학교 교육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교사의 과중한 업무부담으로 소홀해질 수 있는 영역을 학부모의 참여로 보완해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학부모도 학교와 가정에서의 자녀교육을 연계해 나가는 교육의 주체로 다양한 교육활동을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교과부는 오는 7월부터 4000명의 학부모를 방과후학교 행정업무를 보조할 ‘학부모 코디네이터’로 초등학교에 배치한다. 이들은 방과후학교 참여 학생이 수요 조사, 시간표 작성, 프로그램별 강사와 학생 출결 관리, 프로그램 교실 관리 등의 업무를 담당하게 된다. 학부모들이 직접 나서 교원의 행정 업무 부담을 해소하고 방과후학교에 대한 신뢰를 높여간다는 취지다. 6월 중에 학교별로 채용을 끝내고 사전 연수를 통해 7월부터 학부모들이 활동하게 된다. 매일 4시간씩 활동하는 학부모들에게 월 50만원의 봉사료를 지급한다는 계획이다.
대전에서는 학부모들이 명예진로설계사로 나서고 있다. 이들 25명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85개 중학교 1학년 615학급을 대상으로 진로설계와 커리어 포트폴리오(career portfolio)작성법에 대한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이들은 학생 교육에 앞서 미래 직업세계의 변화와 전망, 진로의사결정 지도방안, 진로탐색 검사와 해석 등에 대해 15시간 연수를 받았다. 학교 교육과정 안에서 하기 어려운 진로교육에 대해 전문적인 교육을 받은 학부모들이 그 빈자리를 채우겠다는 것이다.
학부모들이 어린 자녀들의 독서지도를 담당하고 있는 학교들도 늘고 있다. 인천 마장초에서는 학부모 독서동아리 회원들이 도서관을 처음 이용하는 1학년을 대상으로 격주로 토요일마다 ‘그림책 읽어주기’활동을 한다. 학부모들은 한 학급을 세 개의 모둠으로 나눠 도서관 이용법에 대한 설명, 대출·반납 실습 등을 지도하고, 마녀 복장으로 그림책 시리즈를 읽어주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제주 평대초에서도 매주 화요일 오전 8시 40분~9시까지 학부모 사서도우미들이 저학년 학급에서 책을 읽어주는 활동을 하고 있다. 광주 학부모독서회에서는 8~18일까지 광주 교육과학연구원에서 학부모 300여명을 대상으로 책읽어주기 강사교육을 실시, 이들이 학교 현장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딱딱한 학교 현장에서 어머니가 편안하게 전해주는 책이야기는 어린 학생들의 독서교육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평가다.
한편, 학부모의 의견을 입시 정책으로 반영하려는 대학도 있어 이색적이다. 동국대학교는 입시정책 수립과정에서 학부모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학부모 자문단’을 운영한다. 서울, 경기, 충청권에 거주하는 고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 28명으로 구성됐다. 지난달 26일 첫 간담회를 가진 이후 이들은 입시전형요소와 반영비율 등에 대해 온라인을 통해 의견을 나눌 계획이다.
고유환 입학처장은 “학부모들의 교육적 활동은 자녀에 대한 지원을 넘어서 우리 사회의 교육현상을 설명하는 하나의 단서로 작용하고 있다”며 “이번 학부모자문단 신설을 통해 입시정책에 대한 다양한 의견수렴과 우리대학 대입전형을 홍보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