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비 절감 대책을 둘러싼 여권 내 공방이 '2라운드'에 접어드는 모습이다.
지난 4월 학원 심야교습 제한 등을 골자로 곽승준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장과 국회 교육위 소속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 등이 내놓은 사교육 대책안이 교육과학기술부와 한나라당 지도부의 반대에 부딪혀 좌초된 지 두달 만에 다시 유력한 대안으로 떠오르는 양상이기 때문.
이는 사교육 개혁에 대해 강한 의지를 갖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의 의중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이 대통령은 경선 후보 시절부터 입버릇처럼 "사교육을 안 받아도 대학 가고 취직하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약속했으나 아직도 이행되지 않고 있는 데 대해 불편한 심기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이 23일 국무회의에서 사교육비 절감정책이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을 '질책'한 것도 이 같은 심중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서민의 부담을 줄이려면 사교육을 없애는 일이 매우 중요한데 교육과학기술부는 뭘 하고 있느냐"면서 "학원 로비의 힘이 센 모양"이라고 말했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정권 출범) 1년이 넘었는데 지금은 사교육을 잡는다고 해도 우리 딸도 안 믿는다"고 지적하며 서민이 체감할 수 있는 사교육비 절감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일각에선 정.청(政.靑) 개편을 앞두고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의 교체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에 비춰 일단 '곽승준-정두언 안(案)'에 무게가 실릴 가능성을 내다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이 대통령의 발언에는 사교육비 부담에 대한 시중의 불만을 담은 정보기관의 보고가 영향을 미쳤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24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이 대통령이 '곽승준-정두언안'으로 다시 마음을 돌린 것 같다"며 "사교육 개혁에 대한 의지가 확고해 보인다"고 전했다.
더욱이 최근의 정치 흐름상 이 대통령이 강력한 사교육 대책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이 대통령이 최근 내세운 '중도실용론'과 맞물려, 사교육비 대책이 그 전면에 설 상징적인 정책으로 채택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곽승준 위원장과 정두언 의원 등도 사교육비 절감 방안의 재추진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오는 26일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 주관으로 '사교육과의 전쟁 어떻게 이길 것인가'를 주제로 열리는 토론회에서 기존 절감방안을 정교화한 내용을 내놓을 예정이다.
그 골자는 ▲밤 10시이후 학원교습 금지 ▲외국어고 입시에 수학ㆍ과학 가산점 폐지 ▲방과 후 학교의 민간위탁 운영 및 평가 강화 ▲입학 사정관제 도입 ▲교원 평가제 실시 등이다. 불법.고액 과외에 대한 신고포상제 및 세무조사 등도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이 밤 10시 이후 학원교습 금지를 골자로 한 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고, 한나라당도 이에 가세하는 상황을 감안하면 사교육비 절감대책의 추진 여건이 한결 나아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