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23일 국무회의에 이어 24일 시도 교육감 간담회에서도 사교육 절감 방안, 특히 대입제도 개혁의 필요성을 강하게 언급하고 나서서 주목된다.
이 대통령은 이날 "현재와 같은 대학입시 제도가 바뀌지 않으면 초ㆍ중ㆍ고교 교육은 변할 수 없다. 입시에 시달리지 않고 대학에 들어갈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점수 위주의 현행 대입 제도를 뜯어고치지 않으면 절대 사교육을 잡을 수 없다는 대통령의 인식을 다시 한번 드러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따라서 교육과학기술부와 각 대학이 새로운 신입생 선발 모델로 내세우는 입학사정관제를 비롯해 대입제도 개선책의 추진 속도가 한층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입학사정관제와 관련해 교과부는 지원 예산을 지난해 157억원에서 올해 236억원으로 배 가까이 늘렸다.
또 서울대와 KAIST, 연세대, 고려대 등 15개 주요 대학을 '입학사정관제 선도대학'으로 선정, 정부 예산을 집중 지원하기로 했다.
'메이저'로 불리는 이들 대학을 입학사정관제 도입에 적극 나서게 함으로써 입시개혁 모델로 조기 정착시키겠다는 것이다.
대학들도 정부 방침에 호응해 올해 실시되는 2010학년도 입시에서 입학사정관제 선발 인원을 대폭 늘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3월 현재 집계한 기준으로 올해 입학사정관제 선발 예정 인원은 40개 대학 1만2천여명으로 지난해(4천689명)의 거의 3배 수준에 달한다.
내년 2011학년도 입시에서는 선발 인원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서울대가 2011학년도 입시에서 입학 정원의 38.6%에 달하는 1천200여명을 입학사정관제로 뽑겠다는 계획을 얼마 전 밝힌 바 있다.
교과부도 올해보다 내년도 입학사정관제 지원예산을 더 늘리기 위해 현재 관련부처와 예산안을 심의중이다.
교과부 관계자는 "입학사정관제의 취지에 대해 대학은 물론 일선 고교에서도 많은 호응을 보내고 있다"며 "관련 정부 예산도 내년에는 더욱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입학사정관제 외에 학교생활기록부 비교과 영역 강화, 내신 절대평가제 도입 등 기타 입시 관련 개선책들도 힘을 받게 될 것이란 분석이다.
교과부는 입학사정관제가 효과를 거두려면 교과 영역 중심의 현행 학생부 기재 방식이 학생의 잠재력, 소질 등을 평가할 수 있는 비교과 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보고 각 학교에 비교과 영역 기재를 강화해 줄 것을 계속 주문하고 있다.
고교 내신 상대평가제를 절대평가로 전환하는 방안의 경우 사교육비 절감 대책의 하나로 교육계 안팎에서 그동안 여러 차례 거론돼 온 바 있어 실제 정부 정책으로 채택될지 관심거리다.
농어촌 등 소외지역 학생을 위한 지역할당제와 기초생활수급자 등 저소득층 자녀를 배려하는 기회균형선발 등도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도 이날 "서울대 등 국립대가 성적 위주 선발보다는 더욱 지역.계층별 할당을 높여 보다 다양한 계층의 학생들에게 기회가 돌아갈 수 있게 하는 방안도 바람직할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서울대가 2011학년도 입시에서 지역할당제를 도입해 최근 수년간 합격생이 한 명도 없었던 지역의 학생들을 배려하기로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전국 86개 군단위 중 17곳이 지난 3년간 서울대 입학생을 한 명도 배출하지 못했는데 이들 지역에 최소 합격인원을 할당하는 등의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보다 근원적 처방으로 점수 위주에, 과목수도 지나치게 많은 대학수학능력시험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힘을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통령 산하 국가교육과학기술자문회의가 검토 중인 미래형 교육과정 안에도 수능 개선안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안이 확정되면 수능 개선 논의가 본 궤도에 오를 것이란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