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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일과 육아, 10년 후 가정을 그려봐요”

워킹맘 고민 그린 연극 ‘엄마, 오늘은 회사 안가면 안돼?’
관객따라 달라진 결론…진솔한 대화로 갈등의 물꼬 떠요


아침은 제대로 국을 끓여 달라, 와이셔츠가 제대로 다려있지 않다고 투덜대는 남편, 깨어놔도 자꾸만 다시 자려하고 준비물은 일일이 챙겨줘야 하는 아이, 거기에 본인의 출근준비까지…. 가까스로 우는 아이를 떼어놓고 나온 ‘워킹맘’들에게 아침은 하나의 전쟁이다.

특히 자녀 교육에 대한 문제만 나오면, 남편은 직장때문에 자녀한테 소홀하다며 부인을 탓하기 일쑤. 맞벌이가 대세라는 요즘에도 가정과 직장 사이에서의 갈등은 여전히 엄마에게만 지워지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러한 워킹맘의 고민을 함께 풀어보자는 의미에서 열린 심리참여연극 ‘엄마, 오늘은 회사 안가면 안돼?’가 서울시 여성가족재단의 주최로 4일 서울여성플라자에서 무료로 열렸다.

물론 이 연극 하나가 여성에게 영원한 숙제처럼 보이는 일과 양육에 대해 명쾌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갈등의 중심 속에서 한발 짝 떨어져서 문제를 바라보고 같은 입장의 엄마들과 대화를 나누는 것으로도 의미 있는 자리가 된다.

연극은 4년여 만에 신문사 기자로 재취업을 하게 된 엄마가 초등학교 2학년 딸과 6살 아들에 대한 보육 문제로 남편, 딸과 겪는 갈등을 담고 있다.

큰 딸의 건강문제로 잘나가던 신문사를 그만둔 그녀는 재취업을 기회로 다시금 자신의 능력을 키우고 싶어한다. 그러나 아토피가 심한 아들을 돌봐줄 사람을 찾는 것부터 쉽지 않다.
하굣길의 갑작스러운 비에 쫄딱 젖어 집에 돌아 온 딸은 직장에 다니면서 자신에게 무관심해진 엄마에게 기분이 상해 말도 없이 학원에 빠지고 놀러나간다. 딸이 사라졌다는 말에 회사의 중요한 약속도 팽개치고 와야 했던 엄마. 그러나 남편은 자신의 어머니가 그랬듯이, 부인이 항상 집에서 자식을 챙겨야 한다며 회사 그만두기를 강요한다.

그러나 연극은 끝을 맺지 않는다. 무대와 관객석의 경계가 없는 이곳에서는 관객과의 소통으로 연극의 끝이 달라진다.
관객들은 엄마를 그리워하는 딸로, 다시 그 딸을 달래는 엄마, 부인에게 투덜대는 남편으로 역할을 바꿔 연극 속으로 들어온다. 연극 속의 남편과 부인에게 실제 자신과 남편의 모습을 투영시키며 연극 속 행동의 문제를 꼬집는 질문을 하기도 했다. 한 관객은 “남편은 어떤 것을 포기하고 어떤 것을 선택하냐?”고 묻고 이에 대해 연극 속 남편과 관객들 사이의 대화가 오고 갔다.

‘직장을 그만둬야 하는 걸까?’라는 연극 속의 핵심 질문을 두고 본격적인 관객들의 연극 만들기가 시작됐다.직장을 그만둬야 한다는 입장, 다녀야 한다는 입장 등으로 나눠진 관객들은 10년 후 이 가정의 모습을 연극의 연출자가 돼 만들어낸다.

직장을 다녀야 한다는 팀의 30대 여성은 “일을 그만둔 엄마는 보상심리로 자녀의 성적과 남편의 승진에 집착하며 가정이 화목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며 자녀가 성적표를 숨긴 날을 설정했다.

부모님과 함께 온 여중생은 “자식들 문제를 이유로 직장을 그만둘 지를 싸우고 있는데, 연국 속에서 한 번도 딸한테는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를 물어본 적이 없다”며 “딸의 생각도 묻고 같이 협의하는 장면을 연극에 넣어야 한다”고 말했다.

연극은 관객들이 ‘내 마음에 부치는 편지’를 쓰고 읽으면서 막이 내렸다.

이번 공연을 기획한 한난영 팀장은 “이번 공연은 일하는 엄마들이 일과 육아의 문제를 각자의 사회적 문제와 상황에 맞춰 생각하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일과 가정을 양립하는 여성들이 정신건강을 스스로 체크해 정신적 승화와 표출을 유도하고자 기획했다”며 “속 시원히 이야기하는 시간을 통해 이들이 바람직한 가족과 사회를 만드는데 역할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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