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정부의 '고교다양화 300프로젝트'의 하나로 올해 처음 추진되는 자율형사립고(자율고)가 순조롭게 개교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일선 고등학교들의 관심이 당초 기대보다 크게 약해진 데다 교육 당국이 '30'이라는 숫자 딜레마에 빠졌기 때문이다.
3일 교육과학기술부와 각 시도교육청에 따르면 대전을 제외한 전국 15개 교육청의 자율고 신청을 마감한 결과 신청학교가 서울 26곳, 지방 13곳으로 집계됐다.
작년 12월 자율고 전환 희망학교 조사에서 서울 전체 사립고의 절반가량인 67곳이 희망했던 점을 고려하면 미달 사태를 간신히 면했을 뿐이다.
교과부는 일단 신청 학교 숫자가 미달하지는 않은 만큼 당초 계획대로 '올해 30개 지정' 목표를 추진한다는 방침이지만 서울에서만 20곳 안팎을 자율고로 지정해야 할 형편이다.
이에 따라 "10개도 많다. 5개 정도가 적당하다"는 태도를 보여온 서울시교육청이 난처한 처지에 놓이게 됐다.
시교육청은 자치구별로 1개씩 25개의 자립형 사립고를 설립하려고 구상하고 있었지만 어디까지나 '장기계획'으로, 한꺼번에 10개 이상의 자율고가 생긴다면 도저히 감당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20개는 인문계 고등학교의 10% 안팎에 달하는 숫자로 미달사태가 나올 개연성이 매우 높다. 신청학교 중 재정상황이 괜찮다고 알려진 곳도 10개 안팎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서울은 연말에 학생들이 원하는 학교를 스스로 골라 지원하는 '고교선택제' 시행을 앞두고 있어 무더기 자율고 지정이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그러나 교과부는 올해 자율고 지정사업이 새 정부의 핵심적 교육사업인 '고교다양화 300프로젝트'의 발판이 되는 만큼 '30개'라는 지정학교 숫자를 쉽게 수정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제도시행 첫해부터 기본계획에 손을 대면 2011년까지 자율고 100곳을 지정하겠다는 전체 계획이 뿌리부터 흔들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교과부 관계자는 "올해는 지정요건만 맞으면 허가를 내줄 것이다. 지금 신청학교 수준이면 충분해 보인다"며 '30개 지정' 방침에 힘을 실었다.
교육 전문가들은 서울지역의 대규모 자율고 지정이 무리라는 의견과 보완책만 있다면 가능하다는 견해가 갈린다.
한 교육계 인사는 "서울지역 외고와 과학고, 각종 명문고 등의 숫자를 감안할 때, 등록금을 3∼5배씩 받는 자율고가 한꺼번에 20개 정도 들어선다면 틀림없이 미달사태가 나올 것이다"라고 우려했다.
하지만, 교원단체 관계자는 "재단전입금 비율, 학생선발권 제한 등으로 지방의 자율고 신청이 저조한 부분은 무척 아쉽지만 학생선발권, 수준 높은 교육 등이 담보된다면 20개 수준의 자율고도 가능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