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학기술부가 '학파라치' 제도 시행을 포함한 사교육 경감 후속 대책을 발표한 지난 6일 밤 대표적인 학원 밀집지역인 서울 강남 대치동 학원가.
최근 몇 달간 정부가 각종 사교육 대책을 발표하며 학원을 상대로 '전쟁'을 선포하고 대대적인 단속을 벌인 탓인지 여느 때 같았으면 한창 학생들로 붐볐을 시간에도 학원가 주변은 썰렁함과 함께 긴장감마저 감지됐다.
이날 밤에도 서울 강남교육청은 교과부가 발표한 후속 대책에 맞춰 이 일대 학원의 오후 10시 이후 불법 영업의 단속에 나섰다.
이번 단속에는 교과부 이주호 제1차관이 동행해 눈길을 끌었다. 이 차관이 사교육 시장의 실태를 파악하고자 현장을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현장 방문은 오전에 있었던 대책 발표 다음에 이 차관이 "직접 현장을 점검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갑작스레 결정된 것.
그만큼 학원들의 변태 영업에 대한 이 차관의 의지가 확고하다는 의미라고 이 차관을 수행한 교과부 관계자자 전했다.
학원 교습을 해서는 안 되는 오후 10시를 넘겨 10시30분께 대치동의 한 대형 학원 앞에 도착한 이 차관은 2명의 단속반원을 격려하고 단속 업무의 애로점을 듣기도 했다.
단속반원들은 강남교육청 소속 학원단속 공무원이 5명밖에 되지 않아 업무에 현실적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이 차관은 "아무래도 인원이 적다 보니 학원들이 단속을 피할 가능성이 큰 것 같다"고 동의한 뒤 "이번에 보조요원을 6명 지원하고 신고 포상금제를 도입했으니 더 효율적인 단속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새로 발표된 포상금제에 대한 의견도 들었다.
한 단속반원은 "오늘 '학파라치' 제도를 즉시 시행한다는 발표가 난 뒤 '비디오를 찍어서 가져갈 테니 포상금을 줄 수 있느냐'는 문의 전화가 20~30건이나 됐다"며 학원들의 심야 교습을 억제하는데 이 제도가 도움될 수 있을 것임을 시사했다.
단속반원이 학원의 교습 여부를 확인하고자 건물에 들어가자 이 차관은 학원 간판이 빼곡한 주위를 둘러보며 "조금 전 강남교육청에서 업무보고를 받았는데 관내 학교는 148개인데 학원이 5천556개라고 한다. 세상이 부조리하다고 본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이어 강남교육장에게 "국민이 정부의 사교육 대책을 아직 못 믿고 있다. 이번에 포상금제를 시행하고 보조 단속요원을 투입하는 만큼 서민들 허리가 더는 휘지 않게 해 주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이 차관은 학원 교습시간 제한이 음성적인 시장을 키워 학부모의 사교육비 지출을 더 늘리게 될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음성 교습은 돈이 엄청나게 드는데 그렇게까지 할 부모는 극히 일부에 불과할 것이다"라며 오전 발표한 후속 대책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보여줬다.
주위 학원 점검을 마친 단속반원과 일일이 악수를 한 이 차관은 한 시간여에 걸친 '암행 단속'을 끝냈다.
그는 "청와대 수석 시절부터 '교육의 자율화'를 주장해왔는데 여기에 '학원의 자율화'는 포함되지 않는다. 실질적으로 사교육비를 줄일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단속해 나가겠다"며 중단 없는 '학원과의 전쟁' 의지를 과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