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사법체계에 대한 중ㆍ고등학생들의 불신이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한국법교육센터에 따르면 지난 8일부터 사흘간 전국 8개 중고교 학생 1천762명의 법의식 및 법교육 실태를 설문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64.9%가 '법이 돈이나 권력이 있는 사람들에게 더 유리하게 적용된다'고 답했다.
'그렇지 않다'고 말한 학생은 전체의 15.1%에 불과했다.
'법의 심판을 받는 사람들 중에는 억울한 이들이 적지 않다'는 문항에서도 '그렇다'는 응답이 과반수(56.9%)를 차지했고, 62.9%는 우리나라에서 법이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에서 법 관련 교육을 충분히 받고 있다고 답한 학생은 전체의 7.3%에 불과했다.
하지만 학생들은 법질서 유지의 중요성에는 대체로 공감하는 모습이었다.
응답자 대다수(80%)는 '법은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것'이라고 말했고, 손해를 보더라도 법을 지키는 사람이 존경스럽다는 이도 52.3%로 절반을 넘었다.
반면 TV나 영화에 나온 불법 행위를 따라 하고 싶은 충동을 받았다는 학생은 12.3%에 불과했다.
제헌절 날짜를 아는 학생은 79.9%에 달했고, 어렴풋이나마 의미를 아는 학생의 비율은 68.3%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를 감수한 서울대 사회교육과 박성혁 교수는 "청소년들이 사법체계를 불신하면서도 법질서를 긍정한다는 것은 청소년들의 사회의식이 예전 세대보다 훨씬 비판적으로 성숙해졌다는 뜻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