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일부 주의 고등학교에서 교과서를 없애고 대신 컴퓨터를 이용해 수업을 하는 학교가 늘어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9일 보도했다.
유료 온라인 강좌들이 범람하고 있는 세상이지만, 정규 고교에서 인쇄물 교과서를 대체해 컴퓨터로 교육하는 새로운 정책이 펼쳐지고 있는 것은 이례적이다.
대표적인 곳이 애리조나주의 배일 카운티.
이 지역의 교육청은 '비욘드 텍스트북'(교과서 뛰어 넘기) 정책을 최근 채택하면서 일선 교사들은 파워포인트를 이용한 강의교재를 온라인에 올리고 있고 학생들은 이를 토대로 강의를 듣고 숙제를 하고 있다.
교과서가 완전히 사라지려면 상당한 시일이 걸리겠지만, 많은 교육자들은 인쇄 교과서가 디지털 버전으로 대체되는 날이 그리 멀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의 레이크 찰스시 교육청의 수석 기술관인 세릴 에브셔 박사는 "요즘 아이들은 디지털에 민첩하고 치환과 추정에 익숙해 있다"면서 "유한하고 1차적이고 평면적인 교과서상의 커리큘럼을 넘어서는 디지털 자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아널드 슈워제네거 캘리포니아 주지사도 일부 고교의 과학과 수학 교과서를 '무료 공개 디지털 자료'로 전환하는 정책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재정난에 시달리는 캘리포니아주가 교과서 인쇄를 위해 지불해온 수억 달러를 절약할 수 있는 비용 절감 정책과도 맥이 닿아 있다.
이 정책은 미국 전지역에서 크게 공감을 얻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50만명의 학생 교육을 관장하는 오렌지 카운티의 윌리엄 하버멜 교육감은 "5년내에 다수의 학생들이 디지털 교과서를 사용하게 될 것으로 믿는다"며 "아직 우리는 원시적 교육 방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조만간 언제 어느 곳에서든 강의를 들을 수 있는 온라인 강좌가 필요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디지털 교육의 미래에 대해 긍정적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미국 사회에는 아직도 집에 컴퓨터가 없는 학생들이 상당수에 달하고 이 같은 '디지털 격차'는 미국의 공교육이 섣불리 교과서 없애기 정책으로 나아가는 데 장애가 되고 있다.
NYT는 "자칫 디지털 교과서 정책은 빈부격차를 확대하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 때문에 많은 교육자들은 디지털 교과서와 온라인 강좌는 학교 과정을 제대로 맞출 수 없는 학생이나, 졸업을 위해 더 많은 학점이 필요한 학생들에게 제한적으로 공급되는 것으로 출발해야 하며 당장 교과서를 전면적으로 없애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