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중순. 서울의 한 사립고 이사장은 자신이 운영하는 학교가 자율고로 지정됐다는 소식을 들은 직후 50대 이상의 나이 많은 교사들을 불러 개별면담을 진행했다.
면담 내용은 당사자들이 철저히 함구해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를 본 동료 교사들은 "드디어 올게 왔다"며 불안해했다.
14일 서울지역 자율고 교사들에 따르면 지정 1개월째를 맞은 서울지역의 13개 자율고가 '대규모 교사 구조조정설' 등 인력조정에 대한 괴담으로 내부가 술렁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 학교 교장들은 "대규모 구조조정은 절대 없다"고 공언하고 있지만, 일선 자율고 교사들은 교과과정과 교육 프로그램이 크게 바뀌는 만큼 구조조정은 필연적이라며 불안에 떨고 있다.
A자율고 소속 교사는 "시교육청이 지금까지 교직 조정 부분에 대해 아무런 이야기를 하지 않은 것은 이미 손을 뗐다는 의미다. 교사들이 불안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이유다"라고 말했다.
기존 고교에 비해 학교운영의 자율성을 대폭 확대한 자율고는 교육과정을 공립학교보다 50% 이상 자체 편성할 수 있으며 학교장 인사권도 크게 강화됐다.
이 때문에 자율고 추진 발표가 나왔을 때부터 교육계에서는 국ㆍ영ㆍ수 등 입시과목 위주의 교육과정 편중과 비주요 교과목 교사들에 대한 구조조정이 예견돼왔다.
당장 퇴출 압박을 피부로 느끼는 교사들은 음악, 미술 등 비주요 교과목 담당 교사들과 50대 이상의 나이 많은 교사들이다.
현재 13개 자율고 전체로 따져 볼 때 국어, 영어, 수학 과학, 사회 등을 제외한 비 주요과목 교사 수만 200명가량으로 추정된다.
이들 전부가 구조조정 대상이 되지는 않겠지만 일단은 구조조정이 진행되면 이름이 오르내릴 수밖에 없어 이들 대부분이 크고 작은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B자율고의 한 교사는 "지금까지는 명예퇴직을 하면 시교육청에서 퇴직금을 받아왔지만 시교육청이 자율고 교사에 대해서는 퇴직금을 지급할 수 없다고 밝혀 진퇴양난에 빠졌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이제 명예퇴직금은 재단이 챙겨주면 받는 거고 아니면 못 받게 됐다. 그냥 일반 회사원이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자조하며 "자율고 전환에 반대했던 교사와 찬성했던 교사들로 양분된 분위기다"고 전했다.
아직까지 구조조정 논의가 이뤄지는 학교는 없지만 신규교사 채용이 시작되는 연말쯤에는 본격화될 것이라고 이들은 전망했다.
그러나 자율고 교장들은 "구조조정은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며 관련 괴담을 일축했다.
모 자율고 교장은 "연수 등을 통해 교사와 수업의 질을 높여나갈 생각이다. 그래도 적응하지 못하는 교사들은 재단이 운영하는 중학교 등으로 전근시키는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자율고 교장은 "국ㆍ영ㆍ수도 중요하지만 음악, 미술 등의 교과목도 중요하다. 우리가 학원도 아닌데 교사들을 막 자르겠느냐"고 말했고, 또 다른 교장도 "정규교사를 내보내진 않는다. 교사가 부족한 과목에는 기간제 교사를 도입할 방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