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지방재판소가 역사 왜곡 교과서 보급에 앞장서고 있는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새역모)'이 만든 두 종류의 왜곡 교과서 사용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놨다.
26일 교도(共同)통신에 따르면 도쿄지방재판소는 25일 새역모의 후지오카 노부카쓰(藤岡信勝) 회장 등 4명이 출판회사 후소샤(扶桑社)를 상대로 제기했던 '새로운 역사교과서'에 대한 2010년 이후 출판금지 요청 소송을 기각했다.
이 판결이 최종 확정되면 내년부터는 새역모가 후소샤를 통해 출판한 이 교과서는 물론 새역모가 후소샤와 노선 차이로 결별하고 지유샤(自由社)를 통해 새로 만든 교과서 등 사실상 내용이 같은 두 종류의 역사 왜곡 교과서가 교육 현장에 보급될 수 있게 된다.
새역모는 이전에 보급된 교과서가 '자학사관'에 입각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1997년 도쿄대 교수였던 후지오카씨가 중심이 돼서 만든 단체다.
2001년에는 이 모임이 주도, 후소샤(扶桑社)가 발행한 중학교 역사, 공민 교과서가 문부과학성의 검정에 합격하면서 한국과 중국의 반발로 외교 문제까지 불러온 것은 물론 일본 내부에서도 '전쟁 찬양', '국수적'이라는 등의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교육 현장에서 교과서 선택권을 쥔 학교장이나 지방자치단체의 저조한 호응으로 채택률이 미미하자 이 모임과 후소사 간에 편집 방향을 둘러싼 대립이 격화되면서 양측간 관계가 단절됐다.
문부과학성에 따르면 전국 중학교에서 후소사 판 역사교과서를 채택한 비율은 2005년 9월 기준으로 0.4%에 불과했다.
후지오카씨는 후소샤와의 결별 이후 지난해 7월 후소샤판 교과서의 저작권 대부분이 새역모의 것이라면서 후소샤판 교과서의 출판을 금지해 달라는 소송을 도쿄지방법원에 제기한 바 있다.
그러나 도쿄지방재판소는 25일 "후지오카씨 등과 후소샤가 2005년 4월께 맺은 구두계약은 2011년도까지 유효하다"며 후소샤측의 손을 들어줬다.
도쿄지방재판소가 이런 결정을 내림에 따라 내년부터는 새역모가 주도해 만든 두 가지 종류의 역사 왜곡 교과서가 사용될 수 있게 됐다.
이미 가나가와(神奈川)현 요코하마(橫浜)시 교육위원회가 지난 4일 지유샤판 역사교과서를 공립중학교에서 사용키로 한데 이어 도쿄 스기나미(杉竝)구 교육위원회는 지난 12일 후소샤판 교과서를 사용키로 하는 등 두 가지 교과서가 교육 현장에서 사용되게 됐다.
또 후소샤는 자회사를 만들어 새역모판 교과서의 사용 기한이 만료되는 2011년 이후에 사용할 교과서를 제작키로 함에 따라 양측간 왜곡 교과서 보급 경쟁도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