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일반교사들도 전산망을 통해 자신이 진행하는 교육사업 예산을 직접 편성해 사용하고 재정성과도 평가받는다.
이는 주먹구구식이라고 지적됐던 학교회계 투명성을 한층 높일 것으로 기대되지만, 과도한 행정업무로 교사들이 교습활동에 지장을 받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28일 교육과학기술부와 교원단체 등에 따르면 교과부는 일선 시ㆍ도교육청을 통해 시범운영 중인 학교회계시스템 '에듀파인'(edufine)을 2010년 3월부터 전국 학교를 상대로 확대 시행할 계획이다.
개발 및 인프라 구축비용으로 수백억원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진 이 시스템은 교사가 직접 예산계획을 세우고 재정성과까지 평가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 핵심이다.
모든 절차가 전산망을 통해 이뤄지므로 상위 교육기관은 개별 학교의 전체 예산 흐름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지금까지는 교사가 특정물품을 구입하거나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할 경우 해당 사업에 대해 교장 결재를 받은 뒤 행정실에 넘겨주면 됐지만, 에듀파인이 도입되면 일반 교사들이 직접 행ㆍ재정업무를 수행하게 된다.
이 시스템은 학생들의 학사업무를 전산처리하기 위해 2003년 도입된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나이스)과도 연동돼 활용된다.
교육당국은 시스템이 자리를 잡으면 투명한 회계보고가 정착돼 학교별 성과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교사들이 행ㆍ재정업무에 적극 참여하게 된다는 점에서 학교자치 기능도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단위학교 예산이나 교과별 예산, 학생 1인당 교육비 등도 정확하게 산출할 수 있을 것으로 교육당국은 전망한다.
그러나 현재 업무가 과중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교사들에게 행ㆍ재정 업무까지 맡기면 본연의 교습활동이 침해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일선 교직원들에 따르면 이 시스템을 사용할 경우 간단한 소모품을 구입하는 것까지 일일이 예산편성→결재→부서제출→접수 후 결재 등 모두 8단계를 거쳐야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시교육청의 한 관계자는 "시스템이 복잡하고 예산 씀씀이가 100원 단위까지 체크된다는 점에서 일선 학교에서는 반발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그러나 방향이 옳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이에 대해 "에듀파인이 투명한 재정을 가능하게 하는 측면도 있지만 업무가 복잡해 교원의 근무부담과 학교행정처리의 혼선을 초래할 수 있다"며 "제2의 나이스 사태가 빚어지지 않도록 전면 도입에 앞서 충분한 검토와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