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 뿐 아니라 창의력 등 수험생들의 능력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합격 여부를 가리는 중국식 '입학 사정관제'가 올해 처음 도입돼 입시 성적이 더 좋은 수험생들이 대입 전형에서 탈락한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일고 있다.
31일 인민일보에 따르면 산둥(山東)성 교육청이 올해 대입 전형에서 린이(臨沂)사범대와 산둥정법대를 대상으로 '종합소질평가제'를 시범적으로 도입한 결과 린이사범대 문과에 지원한 12명의 수험생이 대입 시험인 가오카오(高考) 성적이 더 낮은 수험생들에 밀려 탈락했다.
중국 교육부가 2007년 종합소질평가제 도입을 허용했지만 이 제도가 적용돼 입시 성적이 더 우수한 수험생이 대입 전형에서 탈락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국 교육부는 당시 "종합적인 학업 수행 능력을 평가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시험 성적에만 의존하는 대입시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종합소질평가제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했지만 평가의 공정성을 둘러싼 논란으로 이 제도는 지금까지 사문화되다시피했다.
린이사범대 측은 "입시 성적에만 의존했을 때보다 훨씬 우수한 학생들을 선발할 수 있었다"며 "대학 교수들로 구성된 전문심사단이 엄격하고 공정하게 심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탈락 학생과 학부모는 물론 상당수 중국인들은 대학 측의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대입 시험과 관련해 각종 부정행위가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추상적이고 모호한 '소질'에 대한 평가가 과연 공정하게 이뤄질 수 있겠느냐는 의구심을 거두지 않고 있는 것.
실제 중국에서는 올해 치러진 가오카오와 관련한 잇단 추문으로 가오카오 자체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
지린(吉林)에서는 이번 가오카오에서 커닝 등 각종 부정행위가 집단적으로 이뤄졌다는 폭로가 터져나왔고 충칭(重慶)에서는 한족(漢族) 학생이 소수민족으로 신분을 위장해 가산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되기도 했다.
누리꾼들은 또 인터넷을 통해 "잇단 논문 표절 등으로 도덕성에 많은 문제를 드러내고 있는 교수들이 주관하는 소질 평가를 누가 수긍하겠느냐"며 "부정한 방법으로 대학에 입학하려는 사람들에게 합법적인 길을 활짝 열어준 셈"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의 언론들도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객관적인 잣대가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소질평가제는 오히려 대입시에 대한 불신감만 키울 수 있다"며 "권력이나 돈과 결탁할 경우 소질평가제는 신성해야 할 상아탑을 부정과 부패로 얼룩지게 만드는 도구로 전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