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경우 지역구 국회의원은 48명, 시의원은 96명인데 교육의원은 8명을 뽑게 됩니다. 국회의원 선거구 6곳, 시의원 선거구로는 12곳이나 되는 광범위한 선거구에서 평균 120만명이 넘는 주민을 대상으로 선거를 치러야 합니다.”
임갑섭 전국시·도교위의장협의회 회장(서울교위의장)과 이인종 전국교육위원협의회 지방교육자치특별위원장(서울교육위원)은 최근 본지와의 공동 인터뷰에서 “국회의원 7~8명을 선출하는 광역의 선거구에서 교육의원에 당선된다고 하더라도 업무나 권한은 오히려 시의원보다 못하다”며 현행 교육자치법 개정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지난 2006년 12월 개정된 지방교육자치에관한법률은 시·도교육감과 교육의원을 주민직선으로 선출하고, 교육위원회를 시·도의회의 상임위원회로 구성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 법률에 따라 교육감 선거는 몇 차례 치렀지만, 교육의원 선거는 내년 6월 전국동시지방선거에 처음 적용된다.
문제는 교육의원의 정수가 현재 139명에서 77명으로 크게 감축되고, 시·도의회의 교육위원회가 교육의원과 정당 소속 시·도의원으로 혼합 구성된다는데 있다(서울은 교육의원 8명, 시의원 7명 등 15명으로 구성). 교육계에서는 교육위원수를 절반정도로 줄이는 것은 표(票)의 등가성이나 민주주의 원칙에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임 회장과 이 위원장은 “개정된 법률에 따르면 교육의원은 수적인 열세로 독자적 의안발의조차 할 수 없고, 정당소속 의원과의 혼합 구성으로 교육정책은 정파간 이해다툼이나 정치적 판단에 좌우될 것”이라며 “교육자치법이 재개정되지 않으면 교육자치제는 사실상 허울만 남는다”고 말했다.
현재 국회에는 이 같은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무려 12개의 개정법률안이 발의돼 있지만 여야 어느 쪽도 큰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임 회장은 “교육자치법 전반에 대한 수술이 필요하지만 이번 정기국회에서는 우선 급한 대로 교육의원 정수의 현행유지와 기능강화 부분만이라도 개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전국교육위원협의회와 뜻을 같이하는 시민단체가 지난 6월부터 교육자치에관한법률 개정을 청원하는 천만 명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으며, 최근 한국교총에서도 동참을 선언해 줘 큰 힘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교총이 오는 25일까지 전개하는 ‘교육현안 해결 촉구 및 나눔교육 실천 서명운동’에 ‘교육자치제의 합리적 개선’을 요구하는 내용이 포함된 것에 대해 고마움을 표시한 것이다. 교총은 올 정기국회에서 ‘교육의원 정수조정 및 기능강화, 교육감·교육위원 선거 정치개입 금지’ 부분 등이 반드시 고쳐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교육자치법 개정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임 회장과 이 위원장은 “교육계는 그동안 교육위원회의 독립형의결기구화를 꾸준히 요구해왔지만 결국 시·도의회로 통합되는 통탄할 일이 벌어졌다”며 “일선 교원을 비롯해 국민 모두가 교육자치를 지키고 교육을 살리는 길에 힘을 모아 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