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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수업전문성 제고, 교사만 변해서 될까?

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 2일 학교 교육 내실화를 목적으로 하는 ‘교사 수업 전문성 제고 방안(시안)’을 발표했다. 이번 방안은 권역별 토론회 후 이달 말 확정안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한다. 본 방안은 교과부가 교사의 수업 능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시행되는 것으로써 수업혁신에 대한 패러다임의 전환과 더불어 제도적인 측면에서 수업력 제고를 위한 지원 시스템이 마련된다면 교육내실화에 많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이와 같은 교육정책이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수업의 전문성을 신장시키려는 교육정책들 가운데 교실수업개선, 우수교사확보, 수석교사제, 교과교실제, 교과전담제, 교원능력개발평가 방안 등과 그 맥을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고 이번 정책이 기존의 정책들이 지니고 있는 문제점을 해결하고, 우수한 점을 지속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포괄적인 종합 정책이라고 평가할 수만은 없다. 오히려 현장 교사들에게 정책의 난맥상처럼 보여 질 가능성이 많다. 모든 교사들이 공감할 수 있는 정책이 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과제가 선결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첫째, 수업 전문성 향상에 몰입할 수 있는 여건을 우선적으로 만들어 줘야 한다. 교사들이 가르치는 업무에 전념하고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방안은 이미 마련돼있지만 실효성 있게 추진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2009 OECD 교육지표에 의하면 교사 1인당 학생 수는 초등 25.6, 중학교 20.5 고교 16.2(OECD 평균 초등 16.0 중학교 13.2, 고교 12.5)이다. 그밖에도 교원법정정원 확보, 수업시수감축, 교원업무경감대책 등 교육여건 개선에 대한 알맹이는 빠진 채, ‘교사만 변하라’는 일방적인 정책 추진은 마치 병사에게 최신식 무기지원 없이 정신 무장만 시킨 채 공격 명령을 내리는 지휘관의 리더십과 다를 바 없다.

둘째, 교사의 수업전문성 제고를 위한 충분한 예산 확보에 대한 의지와 그 방안이 수립돼야 한다. 나쁜 교육정책은 정책을 받아들이는 자가 실천하지도 않고 예산 탓만 하는 정책이고, 더 나쁜 정책은 돈들이지 않고 성공을 바라는 정책이다. 좋은 교육정책은 공문으로 지시하고, 문서 속에 갇힌 정책이 아니라 현장 속을 파고드는 정책이어야 한다. 또한 정책입안자의 입장에서 만족을 주는 정책이 아니라 교사들에게 기쁨을 주는 정책이어야 하며, 잠시 반짝이다 사라지는 운석과 같은 아이디어성 정책이 아니라 북극성처럼 오랫동안 찬란한 빛을 발하는 정책이어야 한다. 그러나 시안의 내용을 검토해 보면 예산 투자에 대한 의지가 보이지 않고 기존 정책들을 그럴 듯하게 포장한 느낌이다. 예컨대 과감한 투자를 통한 피부로 실감할 수 있는 변화 가능성이 엿보이는 정책 수립에는 못 미친다는 것이다.

셋째, 교실 수업 문화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전제돼야 한다. 정책입안자들의 수업전문성 제고에 대한 선택적인 이해는 수업문화에 대한 몰이해를 가져올 수 있다. 특히 교육현상을 있는 그대로 보려 하지 않고 자의적으로 해석하는데 문제가 있다. 따라서 교사가 변화의 핵심 주체라는 기본적인 이해가 전제가 돼야 하며 교사들이 학교현장에서 경험하고 있는 것이나 그들이 지각하는 문제점이 무엇인지를 적극 모색해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교육정책에 대한 변화의 형태는 교사와 학생의 실제적인 두 주역이 소외된 채, 위로부터의 지시와 통제에 의한 밀어붙이기식 방법이었다. 이제는 교사들이 스스로 변화의 의지를 가지고 동참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여 그들이 왜 변화해야만 하는지, 어떤 방법으로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지 명확한 아젠다를 제시해야 한다. 모든 교사들은 누구나가 유능한 교사가 되고 싶고, 수업을 잘하고 싶은 욕구가 있기 때문에 부단한 자기 계발과 수업 개선에 노력과 의지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정책입안자들은 현실을 직시하는 혜안으로 학교 현장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그에 따른 처방을 강구해야할 것이다.

넷째, 자율적인 수업전문성 기구가 마련돼야 하고, 수업장학을 이끌어갈 전문가를 양성하는 프로그램이 개발돼야 한다. 교총에서 정책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는 ‘수업전문성지원센터’ 운영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는 교육현장 친화적이고 만족도 높은 교수·학습자료, 연수와 교사의 수업을 관리하고 평가할 수 있는 방법 및 도구 등을 제공함으로써 학교 교육력을 제고하는데 많은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교사들이 자율적으로 자신의 수업 전문성을 향상시켜 나아갈 수 있는 연수프로그램도 개발․운영돼야 할 것이다.

해리 스코그 핀란드 교육부 차관은 교사의 전문성과 사회적 지위가 교육 발전을 위해 중요하다고 말한 바 있으며, 세계 각국은 생존 전략으로 교육개혁에 범국가적으로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제 수업의 질 개선을 위한 수업전문성 함양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필연적·숙명적으로 수용하고 실천해야 할 과제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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