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광화문광장에 세종대왕 동상이 들어섰다. 정부가 하는 일에는 보통 찬반이 엇갈리기 마련이지만, 이번 일만큼은 모든 국민들이 환영하며 반겼다. 이를 지켜보면서 우리 역사상 세종대왕보다 더 훌륭한 인물은 없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 홀연 떠올랐는데, 그 해답은 바로 어렵지 않게 얻을 수 있었다. 왜냐하면 성인(聖人)을 나타내는 말로 ‘박시제중(博施濟衆)’이라는 성어가 있는데, 세종대왕이야말로 여기에 딱 들어맞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만약 백성들에게 널리 베풀고 대중을 잘 구제할 수 있다면 인자(仁者)라고 부를 수 있습니까?” 제자인 자공이 어느 날 공자에게 물었다. 그러자 공자는 “어찌 인자에 그치겠느냐? 그런 사람은 반드시 성인(聖人)일 것이다. 요 임금이나 순 임금도 그렇게 하지 못했음을 자책하였다”고 답한 것으로 ‘논어’에 나와 있다.
여기에서 나온 ‘박시제중(博施濟衆)’이란 성어는 ‘백성들에게 널리 은혜를 베풀고 대중을 고통에서 구제한다’는 뜻이지만, 나아가 인자보다 더 높은 단계에 성인이 있으며 성인이 되려면 ‘박시제중’의 공로가 있어야 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즉 ‘박시제중’은 지도자가 달성해야 할 최고의 목표이자, 성인으로 추앙받는 표지인 것이다.
세종대왕이 직접 창안한 한글을 바탕으로 우리 후손들은 대대로 편리한 일상생활을 영위함은 물론 창의적 문화생활의 전통을 쌓아가고 있다. 게다가 최근에는 찌아찌아족까지 한글을 공식문자로 채택함으로써 세계 보편문자로서의 가능성까지 보이고 있으니, ‘널리 베푼’ 것이 아니고 무엇인가? 또한 세종대왕은 장영실 등과 함께 측우기, 해시계, 혼천의, 자격루 등 편리한 장치를 발명해 백성들의 생산력을 높였으니 ‘대중을 구제한’ 것이 아니고 무엇인가?
세종대왕은 우리 민족의 이념인 ‘홍익인간(弘益人間)’을 가장 잘 실천한 ‘성왕(聖王)’이요, 우리 역사상 세계에 가장 자랑스럽게 내세울 수 있는, 위인(偉人)보다 격이 높은 ‘성인(聖人)’이다. 새 동상 앞에 새겨진 ‘세종’ 뒤의 ‘대왕’이란 표기가 못내 미진하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