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총이 열흘남짓한 기간동안 전개한 '교육공황 부른 이해찬 교육부장관 퇴진 촉구 서명운동'에 23만1천8백45명의 교원이 참여한 것으로 13일현재 집계됐다. 이는 전국 초·중등 교원 약 34만6천명의 약 67%에 해당하는 숫자이다.
교총은 10일 대통령과 총리에게 서명운동 결과를 전하고 교직안정을 위해 이에 따른 적절한 조치를 취해줄 것을 요구했다. 아울러 이번 서명운동에서 철회 또는 시정을 요구한 졸속 정책과제들은 교육부와 교섭·협의를 통해 풀어나갈 계획임을 밝히고 있다.
이번 서명운동에 전체교원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교원들이 참여한 것은 현 정부의 교육개혁 추진 방식과 교육부장관에 대한 교원들의 불신의 정도가 심각한 수준임을 여실히 보여준다. 더욱이 이번 서명운동이 현직 장관의 신분관련 사안인데다 교육부가 불법적 집단행위로 몰았으며 시·도교육감들의 자제 요청과 설득 활동이 있었고, 일 부의 부정적 여론이 있었던 점 등 외부의 압력요인이 크게 작용했던 상황을 감안하면 더이상 말할 나위가 없다.
이제 그동안 과도한 경제논리에 입각한 개혁정책과 현장실정을 무시한 일방적 정책추진으로 교권불신과 공동화의 위기상황을 불러온 교육부장관은 스스로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한편 우리는 교육의 수장으로서 교원들로부터 전면적으로 거부당하 고 있는 李장관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여론은 여론으로 망한다'는 새로운 교훈을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교육부는 졸속 교육정책에 대한 한국교총의 전문적 판단과 의견을 무시하고 번번히 국민여론조사 결과를 들어 집단이기주의로 매도했고 법적 의무사항인 교섭마저 회피하며 강행해 왔다. 이 결과 악화된 교원여론에 의해 장관이 집단적 감성에 의해 몰리는 상황을 자초하게 된 것이다.
여론에 숨은 속 뜻을 정책에 반영해 나가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겉으로 드러난 선호도를 곧바로 정책결정의 준거로 삼게되면 교육정책의 비전문화와 무책임성을 조장하게 된다는 점에서 앞으로 정책입안자들은 여론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을 경계해야 할 것이다.
정부는 또한 진실로 교원들을 개혁의 주체로서 정책결정의 동반자로 인식하는 그 시점부터 참된 의미의 교육개혁이 시작될 수 있다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