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관련 법규 강화로 보상금 지급과 기술조치 등이 요구되면서 자칫 교육정보화사업이 위축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ICT를 활용한 학교 수업이 늘어나면서 이를 지원하기 위한 다양한 콘텐츠 이용도 확대되고 있다. 이같은 콘텐츠 제작을 위해서는 각종 저작물 이용이 필수. 현행 법규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교육기관과 교육지원기관(시·도교육청)은 저작물의 일부분을 이용 허락없이 사용(복제·배포·전송)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저작권법 제25조) 그렇지만 학교는 학교대로, 시·도교육청과 기타기관들은 그들대로 저마다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일선 초·중·고의 경우 학교수업목적을 위해 저작물을 이용할 수 있지만 법령은 복제방지 조치도 함께 요구하고 있다. 온라인 상에서 복제 방지를 위해서는 암호화 조치를 통한 DRM(Digital Rights Management)을 운영하는 방법이 유일한데 호환성, 사용 불편, 관리의 부담 등의 문제를 가지고 있다. 자연히 모든 학교에 DRM을 의무적으로 적용할 경우 이용혼란과 학교 운영상의 많은 부담을 초래할 수 있는 상황이다.
교육계에서는 “복제방지 조치를 합리적 수준에서 사용조치를 취하는 ‘기술적 보호조치로’ 저작권법을 개정하고 교사는 학교 수업목적을 위해 교육기관 이외의 블로그나 카페 사용을 자제하는 선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초·중·고를 제외한 교육기관은 당장 보상금 문제의 해결방안을 찾아야 하는 입장이다. 시·도교육청도 일선학교와 마찬가지로 저작물을 사용은 할 수 있지만 이후 ‘보상금’을 지급하도록 저작권법이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각 시·도의 교수학습지원센터의 경우 앞으로 수업 지원을 위해 추진하는 모든 교육정보화 사업 추진시 저작물 사용에 따른 보상금을 지급해야 한다. 결국 시·도교육청이 연도별 보상금 지급방안을 수립해야 하지만 보상금 지급 기준이 아직 고시되지 않아 사업 운영에 큰 차질이 예상되고 있다.
보상금을 지급해야 하는 기관에는 교육대학을 비롯한 일반대학, 사이버대학도 포함된다. 상황이 이렇지만 이들 기관의 인식은 부족한 실정이다. 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고등교육기관의 경우 이 같은 사실에 대해 모른다는 응답이 79.4%에 달했다. 일반대학의 어문저작물 이용규모를 감안해 보상금을 추정했을 때 302억원으로 추산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 박치동 장학사는 “보상금 지급문제는 개별 교육청만의 문제가 아니라 교과부와 16개 시·도가 함께 협의해야 할 문제이기 때문에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라며 “현재 사용하려면 사전 허락을 통해 비싼 사용료를 물어야 하는 만큼 보상금 기준이 빨리 마련돼야 교육활동을 위한 자료 제작 등 저작물 사용에 대한 계획과 대책 마련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예산 부담으로 인한 사이버가정학습 등 온라인 콘텐츠 개발 부담 증가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사이버가정학습은 사교육비 경감과 공교육 내실화를 위한 대표적 이러닝 사업. 그러나 이러닝 콘텐츠는 학습 동기부여를 위해 많은 저작물을 활용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고 합리적인 보상금 기준이 책정되지 않을 경우 개발업체의 예산 부담으로 이어져 교육정보화 사업 활성화의 저해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거기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사아버가정학습을 학교수업 지원으로 보는 것에 대해서 부정적인 입장이라 상호 협조도 절실한 현실이다.
일선학교는 시험 문제에 대한 저작권 관리도 신경써야 하는 상황이다. 국내 저작권법은 학교시험 목적으로 타인의 시험문항 복제와 타인의 저작물을 허락없이 문항에 게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학교홈페이지 등 공개된 온라인 환경에서 학교의 기출 시험문제 DB 모두를 여과없이 서비스하는 것은 저작권법 침해에 해당한다. 합법적인 시험문제 DB 서비스를 위해서는 복제된 문항과 인용 이상으로 저작물을 게재한 문항은 아예 탑재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이밖에 디지털교과서도 기존 서책형 교과서와 달리 인터넷으로 서비스하는 경우는 저작권 침해에 해당하고 차별화된 교과서 개발을 위한 교과서 보상금 기준 고시도 필요한 상황이다.
한국교육학술정보원 문무상 책임전문원은 “저작물 권리자들이 교육관련 기관이 수용하기 어려울 정도로 보상금 기준을 책정할 경우 e-러닝은 상업적 측변에서 존립이 불가능해질 가능성이 있다”며 “전반적인 e-러닝 분야의 위축을 부를 수 있는 만큼 합리적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