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 지방선거 때 사상 처음으로 16개 시·도 교육감(교육의원) 선거가 동시에 치러진다.
그러나 교육감 선거는 다른 선거와는 달리 교육의 정치적 중립과 백년대계를 위해 정당공천이 배제돼 있고, 교육감 자신도 후보등록 1년 전부터 당적을 보유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도 대다수 교육감 예비후보는 지역의 유력 정당을 등에 업기 위해 '정당 색 입기'에 혈안이 돼 있다.
특정 정당을 상징하는 색깔을 명함이나 현수막, 홈페이지 배경색, 선거운동원 점퍼에 앞다퉈 사용하고, 유력 정당에서 활동한 경력을 보란 듯이 내세우고 있다.
게다가 각 정당이 시·도지사 후보와 정책연대를 통해 동반당선될 수 있는 최적의 교육감 후보를 물색하고 있어 교육감 선거의 정치적 중립은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 교육감 후보 '정당색 입기' = 교육감 선거 출마를 선언한 예비후보들이 주로 활용하는 색깔이 영남권은 한나라당을 상징하는 파란색, 호남권은 민주당을 상징하는 녹색으로 확연하게 구분된다.
여야간 경쟁이 치열한 수도권과 충청권에는 이들 색깔이 혼재돼 있다.
한나라당의 전통적인 텃밭이 된 부산에서 교육감 선거에 나서는 예비후보들은 대부분 파란색을 선택했다. 특히 현영희 후보는 한나라당 전국상임위원, 박근혜 대통령 경선후보 교육특보 등을 주요 경력으로 제시하는 등 뚜렷한 정당색을 보여 경쟁자들로부터 눈총을 받고 있다.
대구에서도 예비후보 10명 가운데 8명이 파란색을 다양한 형식으로 활용하고 있다.
경남에서는 진보성향의 박종훈 예비후보를 제외한 4명의 예비후보가 모두 파란색을 현수막에 썼고, 울산에서는 예비후보 3명중 2명이 파란색을 선거운동원의 옷과 선거공보물 등에 사용할 생각이다.
반면 전북 교육감 선거 예비후보 5명 가운데 4명은 녹색 점퍼를 입고 선거운동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일부 후보는 옛 열린우리당을 상징하는 노란색을 현수막 등에 적절하게 활용하기도 한다.
광주·전남 교육감 선거에 도전한 김장환 전 교육감과 신태학 예비후보도 홈페이지 등의 배경색을 녹색으로 정했고, 명함과 현수막도 은근한 녹색 톤을 사용했다.
■ 정치권의 '입김' = 여야는 6·2 지방선거에서 뛸 최적의 교육감 후보 찾기에 주력하고 있다.
교육감 후보가 16개 시·도지사 후보와 정책연대를 통해 사실상 '러닝메이트' 성격을 갖는다는 점에서 각별한 신경을 쓰고 있다.
한나라당은 명망가이면서도 교육현장에서 교육개혁 실천력이 입증된 후보를 물색하는 데 주력하고 있고, 민주당은 70여개 시민단체가 '민주 교육감 후보 범시민추대위'를 구성해 민주개혁 진영 후보를 물색키로 함에 따라 이들과 협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특히 수도권의 경우 "한나라당에서는 누구를 염두에 두고 있다더라, 민주당에서는 누구를 사실상 낙점했다더라"는 둥 구체적인 후보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고, 일부 후보는 이를 선거운동에 적극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교육감 선거의 엄정중립을 위해 투표용지의 크기를 다른 선거와 달리하고, 기호가 없는 투표용지에 '정당과 관련이 없습니다'라는 문구를 넣기로 하는 등 차별화를 위해 애를 쓰고 있지만 별다른 소용이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에 대해 부산대 정치외교학과 정용하 교수는 10일 "교육감 후보는 손쉬운 득표를, 정당은 영향력 확대 또는 선거에서의 시너지 효과를 각각 노리다 보니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교육감 선거가 정당색을 띤다는 것은 백년대계를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뚜렷한 해법은 없지만 교육감 후보의 자질과 공약을 꼼꼼히 따져 투표하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필요하고, 시민·사회단체와 언론이 교육감 선거를 정책선거로 이끌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