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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교과서 고쳐도 역사 안 변해요"


교총, 日 역사교과서 왜곡 특별수업

전국 초중고서 `항일수업' 잇따라
토론·편지 쓰기·거리행진 실시
학생들 "우리 교과서 수출하자"

10일 오후 서울 은광여중 3학년 3반 교실. 6교시는 도덕시간이지만 학생들은 교사가 나눠준 `검정통과 일본 역사교과서 8종의 주요내용
비교'라는 프린트 물을 보고 있다.
오늘은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과 관련한 특별수업이 있는 날. 정고광 교사는 최근 술에 취해 전철에 뛰어든 일본인을 구하다 목숨을 잃은 이수연씨의
얘기를 꺼냈다.
"그 사건에 대해 일본의 매스컴은 연일 대서특필하며 그를 영웅시했습니다. 조문단까지 보내면서 추모하기까지 했지요. 그런데 이수연 개인의
`사건'보다 훨씬 더 중요한 한일간의 `역사'에 대해서는 왜 그렇게 거짓과 무관심으로 일관할까요?"
이 같은 질문에 학생들은 "부끄러운 사실이라 숨기고 싶겠지만 역사는 국가와 민족의 지나온 발자취를 사실대로 기록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자, 그렇다면 여러분 또래의 친구들이 배우게 될 중학교 역사교과서에 잘못 기록된 내용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정 교사는 미리 준비한 차트와 日 교과서의 복사본을 제시하며 차근차근 설명했다. 한일합방을 `국제관계상 합법적인 조치'라고 수록한 사실, `병합
후 철도·관개시설을 정비했다'며 침략을 정당화 한 부분, 종군위안부 내용을 아예 삭제하고 있지도 않은 임나일본부설을 왜곡해 기록한 것 등을
들으며 학생들을 놀라운 표정을 지었다.
박귀원 양은 "TV를 통해 우리 나라에서 서명운동이나 시위를 벌이고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이렇게까지 자존심이 상할 정도였는지는 몰랐다"고
말했다.
이어 김연주 양은 위안부 할머니와의 인터뷰 내용을 발표했다. "할머니들은 14, 5세 때 돈벌이가 있다는 말에 속아 군용차로 끌려갔다고 합니다.
인터뷰 중 `왜 과거사를 들춰내느냐'며 `그만 하고 싶다'고 말씀하실 때는 할머니들의 원망과 체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학생들은 종군위안부에 대한 기록이 8개 일본 교과서에서 대부분 삭제된 데 또 한 번 놀랐다. 유혜리 양은 "매주 수요일마다 일본 대사관 앞에서
집회를 갖는 위안부 할머니들이 분명히 있는데도 그 사실을 외면하는 일본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학생들을 특별수업을 통해 일본의 역사왜곡을
구체적으로 알 게 된 것이 다행스럽다는 반응이다. 송지아 양은 "친밀한 관계를 가지려면 먼저 올바른 역사 인식부터 해야 할 것"이라며 "끊임없이
재수정을 설득하고 요구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졌다"고 말했다.
김영훈 교감은 "일회성의 수업이 아닌 범교과적인 연계수업을 통해 지속적인 관심을 갖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날 오전 서울 삼선초등교에서도 독특한 특별수업이 이루어졌다. 역사교과서 왜곡에 대한 느낌을 그림으로 표현하거나 편지로 써 보는 것. 삼삼오오
둘러앉은 아이들이 쏟아낸 그림과 글에는 역사왜곡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 묻어 났다.
태극기를 든 사람을 일본 순사가 고문하는 장면을 그린 그림과 `위안부 할머니들의 수요집회를 본 적이 있나요'라며 일본 왕에게 편지를 쓴 학생도
있었다.
양현지 양은 "교과서를 멋대로 꾸며도 역사는 바뀌지 않는다. 일본은 잘못을 뉘우치고 사과해야 한다"고 썼다.
10일 오전에는 서울 고일초등교의 특별수업이 이어졌다. 임점택 교감이 6학년 특별수업을 자청하고 나선 것. 이날은 9반 첫 교시를 맡았다.
"일기와 역사의 차이점과 공통점을 아는 사람 말해봐요"
"기록하는 거요" "사실대로 쓰는 거요" "나 혼자 쓰는 게 일기고 나라의 일을 쓰는 게 역사예요"
아이들의 답변이 이어졌다.
"그렇다면 사실을 왜곡하는 것은 나쁜 일이겠죠?" "네"
임 교감은 컴퓨터로 연결된 대형 TV를 통해 제암리 방화학살, 3·1 운동, 종군위안부와 강제 징용과 관련된 사진 자료를 보여줬다. 그리고 일본
교과서의 역사 왜곡 내용을 하나씩 짚어나갔다.
하지만 어린 학생들이 자칫 무조건적인 반일 감정을 갖지 않도록 동반자적인 관계를 강조했다. 임 교감은 "여러분, 왕따는 나쁜 거죠. 잘못된 것이
있으면 정확히 알게 하고 고치게 해서 함께 살아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렇다면 일본의 역사왜곡을 우리가 어떻게 하면 고칠 수 있을까요?"
아이들이 생각하는 방법은 다양했다. 최민정 양은 "서명운동도 하고 편지도 써서 계속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고 유준혁 군은 "일본 물건을 쓰지
않고 통일을 이룩해서 우리가 힘을 기르면 고칠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의 역사교과서와 선생님을 수출하자는 기발한 아이디어도 나왔다. 임 교감은
"생각한 것을 꾸준히 실천해 보도록 합시다"라고 제안하며 수업을 마쳤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9일부터 14일까지 전국 초중고교에서 실시한 역사왜곡 특별수업은 이후 국어, 사회, 도덕 등 관련 교과수업 시간을 통해
계속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조성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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