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찌든 우리에게 참 지혜의 글로 오랫동안 깨우침을 주셨던 법정 스님이 입적하셨다. 스님은 마지막의 순간까지도 무소유의 정신을 실천하셨다. 자신의 사리는 찾지도 말고, 탑도 세우지 말라고 하셨다. 더 이상 자신의 책을 출간해 세상에 말빚을 지게 하지도 말고, 또 자신의 머리맡에 있는 책은 신문배달부에게 전해주라고 하셨다. 아울러 자신에게 소유한 것이 있다면 세상을 맑고 향기롭게 하는 일에 쓰라고 하셨다. 열반 뒤에도 무소유하고 싶으셨던 것이다.
신문을 통해 스님의 일생을 돌아보니, 공자의 말 한 마디가 떠오른다. “선비는 마음을 크게 하고 굳세게 하지 않으면 안 된다. 무거운 짐을 지고 먼 길을 가야하기 때문이다. 어짐의 실천을 자신의 임무로 삼았으니 막중하지 아니한가? 죽은 뒤에야 할 일이 끝나니 먼 길이 아니겠는가?”(士不可以不弘毅. 任重而道遠. 仁以爲己任, 不亦重乎? 死而後已, 不亦遠乎?)
이 말에서 나온 하나의 성어 ‘임중도원’(任重道遠)은 막중한 임무를 오랫동안 실천해야 함을 비유한 말이고, 또 하나의 성어 ‘사이후이’(死而後已)는 어떤 일에 죽을 때까지 온 힘을 기울임을 가리킨다.
불자에게 유가의 말을 적용하는 것이 적절한지는 모르겠으나, 이 두 성어는 법정 스님의 수행 일생과 꼭 합치하는 듯하다. 스님은 무소유의 실천을 자신의 평생의 임무로 삼았으니 그 임무가 막중한 것이 아닌가? 또 스님은 입적할 때까지 무소유의 정신을 실천했으니 먼 길을 쉬지 않고 달려와 드리어 종착점에 다다른 것이 아닌가? 스님의 오랫동안의 무거운 수행은 끝났다. 그러나 법정 스님의 무소유 정신과 그 무서운 실천력은 이제 연못에 만발한 연꽃이 돼 스님의 바람대로 세상을 맑고 향기롭게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