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명단' 공개를 둘러싼 한나라당과 법원의 갈등이 확산되면서 6·2 지방선거의 뜨거운 쟁점으로 부상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조전혁 의원의 전교조 명단 공개에 대해 법원이 매일 3천만원의 벌금 부과를 판결하자 한나라당 의원들이 이에 반발해 집단으로 명단 공개에 동참하고, 야당이 이를 강력 비판하면서 삼각대립 구도가 형성되는 분위기다.
특히 여야 모두 이 문제를 지방선거 전략과 연계해 적극적으로 쟁점화할 가능성이 높아 논란은 갈수록 증폭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효재 정두언 김용태 의원은 29일 밤 조 의원으로부터 전교조 명단을 넘겨받아 자신들의 홈페이지를 통해 전격 공개했다.
김 의원은 30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상식에 근거하지 않은 '감정 섞인 판결'로 판단해 명단공개를 추진했다"며 명단공개 확산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심재철 정태근 의원 등도 조만간 명단공개에 공식 동참할 것으로 알려졌다.
원희목 원내부대표는 이날 주요당직자 회의에서 "국회의원의 직무상 행위에 대해 민사적으로 가처분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면서 "이번 판결은 '입법행위 이외의 것은 국회의원의 직무가 아니다'는 판결과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국회의원의 직무에 관해 정치권과 법원이 충돌하고 있는 만큼 국회 차원에서 대응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 문제에 대해선 당 지도부가 완벽한 결정을 내리는 데 있어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민주당 등 야권은 한나라당 의원들의 집단행동에 대해 3권분립 원칙과 사법권을 부정하는 '사법부 길들이기' 시도라며 집중포화를 퍼부었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확대간부회의에서 "한나라당 의원들이 제 정신인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조 의원이 법에 없는 짓을 해서 법원이 '잘못됐다. 중단하라'고 명령했는데 거기에 정면대응해 법원과 맞짱을 뜨고 있다. 여당이길 포기했을 뿐 아니라 국회의원이기까지 포기한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박주선 최고위원도 "(여당이) 이 정권에 불리한 판결이 내려지면 사법부와 법관에 색깔론을 덧씌우고 정치판사로 매도하고 있다"고 가세했으며 우상호 대변인은 논평에서 "한나라당 의원들은 있을 수 없는 망동을 즉각 중단하고 사법부의 판단을 수용하라"고 촉구했다.
민주노동당 우위영 대변인은 "조직적으로 판결 불복운동을 전개하는 것이 학부모들의 알권리와 무슨 관계가 있는지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고, 진보신당 김종철 대변인은 "한나라당은 교사의 인권 파괴, 법원 판결을 무시하는데 앞장서는 조폭집단인가"라고 반문했다.
전교조 소송 대리인인 김선수 변호사 등도 민주당 김상희 의원 등의 소개로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법원의 판결은 국회의원의 민사상 불법행위를 금지한 것"이라며 "현행법에 반하는 국회의원의 정보공개 행위는 입법권에 해당할 수 없다"며 밝혔다.
그러면서 "노조활동은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이라며 "한나라당 이혜훈 의원과 정부가 발의해 국회에 계류돼 있는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도 노조 가입 정보를 엄격히 보호하도록 돼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일단 직접 대응을 자제한 채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이동근 대법원 공보관은 이날 "1심 결정을 놓고 대법원에서 논평할 것은 없다"며 사실상 대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