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평준화는 과연 학력저하의 주범일까'. 평준화-비평준화를 놓고 전개돼 온 해묵은 논쟁이 평준화의 판정승으로 일단락 됐다. 평준화 지역의 고교생 학업성취도가 비평준화 지역 고교생보다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24일 한국교육개발원이 주최한 `지식기반사회에 비추어 본 평준화 정책 검토' 포럼에서 성기선(가톨릭대), 강태중(중앙대) 교수는 `평준화 정책과 지적 수월성 교육의 관계에 관한 실증적 검토' 자료를 통해 평준화 지역 고교생의 모의고사 평균성적이 비평준화 지역 고교생보다 12.56∼15.35점 높고, 1학년 성적대비 3학년 성적의 향상정도도 평준화 지역 고교생이 평균 3점 정도 높다는 분석결과를 내놨다. 이런 결과는 두 교수가 99년 3월 현재 전국 522개 일반계 고교 3학년생 10만2262명의 모의고사 성적과 고교 1학년1학기(97년3월) 때 모의고사 성적을 분석, 평준화 여부별로 학생들의 성적변화를 종단적으로 추적한 것이다. 이에 따르면 평준화 고교생들의 1학년 1학기 성적은 평균 229.84점으로 비평준화 고교생(217.28점) 보다 12.56점이 높았고, 평준화 고교생의 3학년 1학기 성적도 평균 267.86점으로 비평준화 고교생(252.51점) 보다 15.35점이 높았다. 평균성적이 높을 뿐만 아니라 성적이 오르는 데도 평준화가 약이 됐다. 평준화 지역 고교생들의 학업성취도는 1학년 1학기에 비해 3학년1학기에 38.02점이 오른 반면 비평준화 고교생은 35.23점이 올라 평준화 고교생들이 3점 정도 더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조사대상을 △상위 △중상위 △평균 △중하위 △하위 5개 집단으로 나눠 분석한 결과, 평준화 고교생들은 유독 상위권에서만 비평준화 고교생보다 성적이 떨어졌다. 평준화 지역 고3 1학기 현재 상위권 평균은 351.85점으로 비평준화 고교(354.63점) 보다 2.78점이 낮았다. 그러나 중상위권(0.66점), 중위권(4.12점), 중하위권(7.58점), 하위권(11.03점) 등은 평준화 고교생이 비평준화 고교생보다 점수가 높았다. 이 같은 결과는 연구팀이 경기도 수원, 부천, 성남, 고양 및 안양권역 소재 21개 인문계고교를 대상으로 고교 3학년생(99년 현재) 4천961명의 모의고사 성적을 1학년 성적과 비교한 결과에서도 비슷했다. 평준화 지역 내 9개 고교생의 1학년 1학기 대비 3학년 1학기 성적은 41.46점이 올랐으나 비평준화 지역 내 12개 고교생의 성적은 30.52점이 올라 평준화 고교생의 성적상승폭이 10점 이상 높았다. 또 3학년 현재 평균성적도 평준화 고교가 273.84점인데 반해 비평준화 지역은 250.08점으로 23.76점이 높았다. 성 교수는 "평준화가 학생들이 성적을 하향평준화 한다는 주장은 사실무근"이라며 "섣부른 비평준화는 입시 과열과 사교육의 폭발적 증가는 물론 학교교육의 파행을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교수는 "평준화의 기조 위에서 상위권 학생을 위한 교육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등 교육과정을 탄력적으로 운영하고 제도의 경직성을 보완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서정화 홍익대 교수도 제1 주제발표에서 평준화의 功過를 짚으며 평준화의 틀을 유지하면서 학교선택권을 넓히는 발전방향을 제시했다. 서 교수는 "자립형 사립고를 조속히 도입하는 등 학교유형을 다양화하고 학생의 학교선택권을 허용해야 한다"며 "공사립간 교육환경 격차를 해소하는 일도 평준화를 보완하는 시급한 과제"라고 제언했다. 패널 토의에서 조흥순 한국교총 교육정책연구부장은 "교육여건 개선과 학교운영의 자율성 다양성 보장이 우선 과제"라며 "자립형 사학의 도입은 필요하지만 단계적으로 신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성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