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백 종목의 주가가 떨어져도 대형주 몇 개만 값이 뛰면 주가지수는 상승세를 보이곤 한다. 그러므로 종합지수 변화만 보고 증시를 호황이라든가 불황이라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99년 증권거래소에서는 7월 9일 종합주가지수가 1027.93포인트로 연중 최고치였다. 12월 21일 지수는 958.80포인트. 최고가에 비해 6.7% 정도 떨어졌다. 그런데 같은 기간 주가가 30% 이상 하락한 종목이 전체 상장종목 875개 가운데 60%(525개). 주가가 반 토막 난 종목도 255개로 전체의 30% 가까웠다. 이처럼 종합주가지수와 투자자들이 보유한 주식 값이 따로 노는 현상은 우리 증시에서는 자주 볼 수 있다. 이유가 뭘까. 주로 지금 우리 증시에서 만들어 쓰는 종합주가지수가 시가총액방식을 따르기 때문이다. 증시에서 거래되는 종목 전체를 대상으로 종목마다 시장가격에 발행주식수를 곱하면 증시 전체의 시가 총액이 나온다. 이 시가 총액 크기의 추이를 지수로 나타내는 주가지수 산정 방식이 시가총액방식이다. 이 방식으로 주가지수를 만들면 몇몇 대형주 시세의 변동이 전체 주가지수의 변동폭을 좌우하기 쉽게 된다. 자본금 규모가 큰 대형주의 경우 주식 시세도 높게 형성되고 자본금 크기에 비례하는 발행주식수도 많아서 시가 총액이 크고, 시가 총액으로 따져 시장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높기 때문이다. 5월 28일 현재 증권거래소에서는 삼성전자 SK텔레콤 한국통신 한국전력 포항제철 등 이른바 '빅 5' 종목의 시가 총액 비중이 시장 전체의 40%. 최대 종목 삼성전자 하나만 전체의 14.8%다. 코스닥 시장에서는 최대종목 한국통신프리텔의 시가총액이 시장 전체의 16%. 국민카드 LG텔레콤 하나로통신 기업은행까지 포함한 빅 5는 전체의 30%쯤 된다. 시가 총액 비중이 큰 대형주는 단 몇 개만 상한가를 기록해도 자본금 규모가 작은 종목 몇 백 개의 하한가 기록을 능가하는 효과를 낸다. 그래서 증시에서 몇 백 종목의 주가가 떨어져도 대형주 몇 개만 값이 뛰면 주가지수는 상승세를 보이곤 한다. 그러므로 종합지수 변화만 보고 증시를 호황이라든가 불황이라고 판단하기는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