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학습비로 배부한 교부금이 교육감 공약사업비로 전용되는 상황은 막아야 한다. 고등교육재원 마련과 교부금 교부기준 개선에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내년도 교육예산 편성작업이 한창 진행되는 시기다. 2010~2014년 국가재정운용계획 수립 작업도 공개토론회를 마친 상태기 때문에 머지않아 교육예산을 포함한 중앙정부 예산의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매년 반복되는 교육예산 편성과정이지만 내년도 교육예산 편성과정은 약간 특별한 듯하다. 정부 내에서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규모의 적정성과 교부방법의 타당성 여부가 쟁점이 되고 있다는 소문이 들리기 때문이다.
그 동안은 교육재원이 부족하다는 교육계의 공세와 더 이상 늘리기 어렵다는 예산부처의 수세가 맞서는 구도였으나, 올해는 예산부처가 지방교육재원이 너무 많다고 공격하는 입장인 반면, 교육계는 그렇지 않다고 방어하는 형국이다.
지방교육재원이 많다는 주장은 두 가지 배경에서 비롯되고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하나의 배경은 올해 교육감선거의 쟁점이 무상급식 전면실시였다는 점과 관련이 있다. 2조원이나 소요되는 무상급식 전면실시를 공약한 것은 일반 지자체 부담을 감안하더라도 상당한 정도 지방교육재원에 여유가 있기 때문이라고 예산부처가 판단하는 듯하다.
다른 하나의 배경은 예산부처가 고등교육재원을 확충해야 하는 상황과 관련이 있다.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안이 발의된 상태에서 취업후상환학자금제와 등록금상한제 도입의 후속조치로 정부는 매 2년마다 대학지원계획을 수립하여 국회에 보고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더 이상 고등교육재원 확충을 외면할 수 없는 입장이지만 예산부처로서는 마땅한 재원이 없다는 고민이 있는 듯하다. 그래서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너무 많다는 주장을 통해 교부금재원 일부를 고등교육재원으로 전환하고 싶은 것이다.
무상급식 전면실시 공약으로 교육계가 예산부처의 오판을 불러온 원인제공자임에 틀림없지만 그렇다고 지방교육재원이 너무 많다는 주장은 천부당만부당하다. 지방교육재원의 경우 인건비가 70%에 이르는 상황에서 세수 증가분으로 인건비 증가분을 메우기도 벅찬 실정이다. 최근 지방교육채의 가파른 증가가 이를 말해준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제도는 많은 부실요인을 안고 있다. 오히려 인건비에 의한 운영비 잠식을 막기 위하여 내국세 교부금의 일부를 보수교부금으로 분할하고, 특별교부금 규모를 줄이되 국가시책사업비를 마련하기 위한 증액교부제도를 부활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할 때다.
또한 고등교육재원 확충이 시급한 과제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지방교육재원을 분할하는 방식은 검토 대상이 아니다. 고등교육재원 소요를 지방교육재원으로 돌려막는다면 어느 정도 OECD 평균에 근접하고 있는 초·중등교육재원 마저 부실해지는 결과가 될 것이다. 지금은 임기응변으로 고등교육재원을 조달할 때가 아니다.
고등교육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국가 발전에 긴요하다면 그에 상응하여 고등교육에 투자하는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 다만 현재 고등교육재원 규모가 5조원 정도이고 국세 교육세 규모가 4.5조원 정도임을 고려할 때 일반회계의 고등교육재원 규모만큼 지방교육재정교부금 내국세 교부금을 증액하고, 대신 국세 교육세를 고등교육세로 전환하는 방안은 검토해볼 여지가 있다.
일단 고등교육세를 만들고 나서 국민을 대상으로 호소하여 세율을 인상하고 세원을 추가하여 고등교육재원을 확충하는 방안은 정부 내 다른 부처와 갈등없이 고등교육재원을 확충하는 수단이 될 수 있으며 교육세 폐지 논란을 잠재우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
무상급식 논란 때문에 교부금 교부방법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은 일리가 있다. 총액으로 배분되는 보통교부금은 용도가 지정되지 않은 일반재원이다. 따라서 교부금으로 예산을 편성하는 것은 교육감의 권한이다. 그러나 기준재정수요액 산정기준에서 크게 벗어나는 예산편성이 이루어질 경우 수요액 산정기준을 재검토하는 것은 중앙정부의 권한이다.
교육감 주민직선을 계기로 선심성 사업예산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교수학습비로 배부한 교부금이 교육감 공약사업비로 전용되는 상황은 막아야 한다. 고등교육재원 마련과 교부금 교부기준 개선에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