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지방선거의 결과는 예상과 달리 여당의 참패로 끝났다. 그런데 이러한 결과는 4년 전과 8년 전의 지방선거에도 똑같이 일어났던 일이다. 말하자면 그때에도 당시의 여당이 선거에서 완패했던 것이다. 이 때문에 ‘지방선거는 여당의 무덤’이라는 속설이 생겨날 정도가 되었다. 이렇게 되는 원인에 대해서 대부분의 분석가들은 정부·여당의 독주와 오만에 대하여 국민들의 견제심리가 발동한 결과라는 데 쉽게 의견을 모아왔다.
그렇다면 이전이나 지금의 정부·여당은 왜 더욱 낮은 자세로 국민과 소통하고 국민을 설득하고 국민의 의견을 경청하려는 자세를 보이지 못하고 끝내 선거에 번번히 참패하고 말까? 그것은 아마도 자신들의 정책의 당위성에 대한 과도한 확신에서 기인했을 것이다. 말하자면, 자신이 옳다고 믿은 나머지 주위의 의견은 모두 트집이나 발목잡기로 치부하여 들어보려 하지도 않고 정책을 빨리 추진하여 공적을 만들려는 데만 급급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해서는 아무리 훌륭한 정책이라 할지라도 국민의 공감과 지지를 얻을 수 없으며 그래서 결국 그 정책은 실패한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나아가 그 실패는 정책이나 정권의 실패로 끝나지 않고, 국민과 국가에 막대한 손실과 해악을 끼치고서야 그치는 것이다.
옛날 중국 하(夏)나라의 마지막 왕인 걸(桀)은 말희(妺喜)라는 여자에 빠져 정사를 돌보지 않자 나라가 어지러워져 결국 은(殷)나라에게 멸망당하였다. 그런데 은나라 또한 마지막 왕 주(紂)에 이르러 똑같이 달기(妲己)라는 여자에 빠져 주(周)나라에게 멸망당했던 것이다. 이때 “은나라가 거울로 삼았어야 할 일이 오래전이 아닌 바로 하나라 때에 있었네(殷鑑不遠, 在夏后之世)”라는 말이 생겼다. 여기서 나온 ‘은감불원’(殷鑑不遠)이라는 성어는 앞사람의 실패를 자신을 들여다볼 거울로 삼는다는 뜻이다. 정치인들은 이번 지방선거 결과에서 자신들의 모습을 진지하게 들여다보고 앞으로 무엇을 하던지 다시는 역사의 오류를 반복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