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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인문학은 영원한 마이너리그 인가


인문학@미래를 여는 길
인문학도의 길, 그 30가지 이야기
학문인생에 대한 고백·비전 담아

중·고생을 위한 학과 오리엔테이션에 연세대 교수 30명이 나선 책이 "인문학@미래를 여는 길"(전통과 현대)이다. 중문학, 불문학 등 어문학
분야와 사학, 철학, 그리고 문헌정보학, 사회학, 심리학에 걸쳐 분야별로 2~4개의 짧은 글들이 모아져 있다. 재미있는 점은 단순한 학과 홍보로
그칠 수 있는 글들에 교수들이 쏟은 정성이 만만치 않다는 점. 대부분이 자기 학문인생에 대한 고백과 학문의 비전을 쏟아놓았다.

인문학은 영원한 마이너리그 영역인가. 각광받는 첨단 벤처기업이나 정·재계로 통하는 사회과학 분야도 아닌, 인기 없는 느림뱅이인 학문이
광속(光速)의 시대에 기여할 덕목은 무엇인가. 연세대 문과대 교수 30명이 펴낸 "인문학@미래를 여는 길". 이 책은 암울한 시기에 학창시절을
보낸 선배 인문학도들의 체험기 이면서 격조 있는 사색의 산문이기도 하다. 아무리 시대가 달라져도 정신의 기둥은 흐트러져선 안 된다는 게 필자들의
논지. 이들은 '생각하는 힘'을 길러주는 인문학이야말로 갈수록 혼탁해지는 사회에서 꼭 필요한 '죽비(竹 )'라는 것을 일깨워준다.
신문사 해직 기자 출신인 최유찬 교수(국문학), 대학도서관 사서출신인 문성빈 교수(문헌정보학), 대학에서 영어교육과를 졸업하고 유학 가서는
문화인류학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돌아와서 사회학을 가르치고 있는 김현미 교수(사회학), '지진아'라는 열등감에서 벗어나고자 도피한 군대에서
한국사회의 작동원리 '연고주의'를 발견한 유석춘 교수(사회학) 등등... 자신의 잠재력과 욕망에 귀 기울이며 현재 내가 선택한 일을 의미 있게
만들어내려는 노력'(206p)을 아끼지 않았던 선배 인문학도들의 '우여곡절 전공선택기'도 볼 만하다.
긴 시간 내공을 통해 생각과 글을 다듬어온 인문학자들의 산문인 만큼 읽는 재미도 무시할 수 없다. 김진영 교수(노문학)는 “러시아 문학에는
유배의 기(氣)가 흐르고 그 고독한 숙명의 기가 사람을 생각하며 꿈꾸게 한다”고 소개했다. 영원한 방랑자로서 철학 하는 인간을 바라본 이승종
교수(철학)는 "철학은 사실 시작도 끝도 없는 이야기이다. 끝없이 펼쳐지는 이야기의 한 소절을 이어가다 사라지는 것이 철학자의
운명이다"(175p)라고 말한다. 또한 '말썽'이 역사학의 기본이라는 전수연 교수(사학)는 "역사는 재미있는 옛날 '이야기'라고 하며, 심지어
'거짓말'이라고도 한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말썽'이 역사의 기본이 아닐까?"(155p)라고 일갈하고 있다. 프랑스 문학을 통해 서양문명의
줄기를 읽어온 홍종화 교수는 "무릇 성숙된 문화란 때와 장소를 가릴 줄 아는 문화가 아닌가 싶다. 이는 서로가 상대방의 처지나 입장에서 생각할
줄 안다는 것이다. 나 아닌 다른 사람을 인정하고 배려하는 마음. 바로 거기 프랑스의 정신이 있다"(126)라며 프랑스 문화의 장점을 설명해
주고 있다.
이런 글들은 바로 인문학을 한다는 것은 "풍족하지 못한 생활을 할지라도 제대로 사람노릇을 하는 존재, 정신이 온존한 인격이기를 바라는"(32p,
최유찬 국문학) 길을 배우는 것임을 인문학을 선택하는 후학들에게 알려주고 있다.
'인문학적 상상력'이 디지털 시대를 창조한다. 디지털 시대에 살아남는 최대 승부처는 "상상력"에 있다고들 한다.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상상력', '창조력'은 인문학적인 방법론에서 길러지고, 실재로 영화, 애니메이션과 같은 문화상품 이외에도 첨단 기술, 생명공학 분야 등에서
현실화되고(60p) 있음을 강조하면서 '인문학이 실질적으로도 삶에 도움이 될 수 있음'을 알려준다.
김용민 교수(독문학)는 근대화 시기와는 달리 오늘날과 같이 다품종소량생산 사회에서는 끊임없는 아이디어와 창의력이 절실하고 창의력은 인문학을 통해
길러진다며 다음과 같이 지적한다. "창의력과 창조력은 바로 문화와 문학에서 나온다. 관습과 틀에 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생각, 여러 측면을 조망할
수 있는 다양한 관점, 무한을 넘나드는 광대한 상상력은 인문학의 여러 지식을 제대로 섭렵하는 가운데 길러진다."(88p)
또한 중세 영문학 전공인 윤민우 교수(영문학)는 "중세의 공식담론과 기존의 이야기의 계속적인 되풀이는 원저자가 부재한 현대의 문화생산 양상과
닮아 있다"(62p)며, 문화생산에 있어서 현대와 중세의 유사성을 밝히고 나서, 중세 문학작품을 통해 오늘날의 벤처시대가 필요로 하는 창조력,
상상력을 기를 수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서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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