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觚不觚 (고불고)

각술잔에 각이 없다

세종시 문제가 드디어 결판이 났다. 원안대로 시행하기로 한 것이다. 즉, 우리나라의 중앙행정부처의 절반쯤에 해당하는 9부2처2청이 세종시로 옮겨간다는 것이니, 이는 사실상 수도를 분할하는 셈이다. 이쯤에서 수도(首都)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니 수도란 “한 나라의 중앙정부가 있는 도시” 또는 “한 나라의 통치기관이 있는 정치적 활동의 중심지” 등으로 되어 있다. 즉, 수도가 되기 위해서는 중앙정부가 존재해야 함이 필수인가 보다. 물론 예외도 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그 나라의 특수한 상황이나 역사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한다.

공자가 하루는 제사에 쓰이는 한 술잔을 보고 탄식했다. “각술잔에 각이 없다면 각술잔이겠는가, 각술잔이겠는가?”(觚不觚, 觚哉? 觚哉?) 즉, 예법에 다 뜻이 있어 제사에는 각이 진 술잔을 쓰도록 규정하였고 따라서 그 술잔의 이름도 각술잔이라고 하였는데, 후세에는 만들기 좋고 쓰기 편한 둥근 술잔을 사용하면서도 단지 이름으로만 이를 각술잔이라 하니, 공자가 이런 모순된 상황을 지적한 것이다.

물론 공자의 용의는 이러한 비유를 통해 당시 임금이 임금 노릇을 못하고 신하가 신하 이상의 권력을 휘두르는 명분과 실질이 어긋난 현실을 비판하려는데 있다. 그래서 공자는 또한 자신이 행정책임자가 된다면 ‘이름부터 바로 잡겠다’(정명)고 하지 않았던가? ‘이름을 바로 잡는다’는 것은 모든 존재로 하여금 각자 자신의 이름에 규정된 역할에 충실하도록 만들겠다는 뜻이다. 왜냐하면 공자는 이름에 그 사물의 본질을 담겨있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이제 서울은 더 이상 온전한 ‘수도’가 아니게 되었다. 국무총리를 비롯한 행정부처의 반이 옮겨간다면 그것은 수도 기능의 반을 상실한 반쪽 수도일 뿐이다. 앞으로 서울은 제1 수도가 되고 세종시는 제2 수도가 되는 것이다. 600백년 수도 서울의 지위와 역할이 역사의 변환점을 맞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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