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수동에 사는 학부모 A씨는 맞벌이를 하는 부인 대신 초등학생 아들의 방학 숙제를 도와주다 당혹감을 느꼈다. 무궁화의 꽃잎 수와 색깔을 묻는 숙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내유명 포털사이트를 검색했지만 사진만 많았을 뿐 꽃잎수를 아들과 함께 셀 수 있는 사진을 찾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른 교육관련 사이트까지 들러봤지만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결국 숙제는 전과에 의지해 해결할 수밖에 없었다. 포털사이트가 무엇이든 찾아줄 줄 알았지만 교육과정에 따라 정리되지 않아 효용성이 떨어진다는 것을 절감한 것이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근무하는 B교사. 우리 주위의 동물의 생김새와 특징에 대한 수업준비를 하던 그도 ‘오리의 걸음걸이’를 담은 동영상을 포털사이트에서 찾았지만 이내 포기하고 말았다. B교사는 “모든 교실에 컴퓨터와 대형TV가 들어왔지만 이를 충분이 활용할 수 있는 자료, 특히 교과과정에 맞는 자료를 찾는 것이 쉽지 않다”며 “어렵게 자료를 찾았다하더라도 다른 교사를 정리한 자료를 인터넷상에 올리는 순간 저작권법 위반이라 활용도가 너무 떨어진다”고 푸념했다.
정보가 모든 것을 말해주는 스마트폰과 아이패드의 시대. 교육도 예외는 아니다. 콘텐츠가 승부를 좌우한다며 어디서든 정보가 넘쳐난다. 적어도 숫자상으로는 그렇다.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이 에듀넷을 통해 서비스하고 있는 전국교육정보공유체제는 105만건의 멀티미디어자료를 제공한다. 초등학교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한 민간업체는 300만건의 디지털사진을 보유중이라고 한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그리 만족스럽지만은 않다.
전국교육정보공유체제에서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이 자체적으로 보유한 자료는 31만건 정도. 그 이외의 자료는 시․도 교육청이나 유관기관이 보유중인 자료의 경로(URL)만 제공된다. 거기다 구축된 지 7년이 지나 검색엔진 및 자료 노후화로 개정교과과정에 따른 콘텐츠 재구성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민간업체에서도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는 디지털사진이 있지만 이를 가공해 콘텐츠제작에 사용할 뿐 이를 공개하지 않고 있으며 수업에 활용가능 한 템플릿의 일부만 저작권에 관계없이 서비스하고 있을 뿐이다. 민간회사들의 원자료를 저작권을 의식하지 않고 사용하자면 비용을 감당할 수도 없다. 현재 초중등 동영상강의는 대부분 민간기업에 의존하고 있고 이에 따른 사교육비 증가문제 또한 항상 지적되고 있는 실정이다.
저작권 문제도 콘텐츠의 현장 적용을 힘들게 하는 요인이다. 현재 저작권 보호가 산업 전반의 정책위주로 가고 있어 공교육시장의 특성에 맞는 저작권 운영 정책 및 제도에 대한 고려가 부족하며 이에 따라 학교현장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 실정이다. 각급학교에서 수업을 목적으로 인터넷에서 검색한 자료를 쓸 경우 현행법상 교사가 이를 가공하여 수업에 활용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이를 다른 교사를 위해 교사커뮤니티 등에 올릴 경우 저작권법에 위배된다.
태경섭 안양여고 교사는 “사이트는 많지만 자료가 중복되는 경우가 많고 원하는 자료를 찾기는 쉽지 않다”며 “언론사에도 좋은 자료가 많은데 이용은 언감생심일 뿐”이라고 말했다. 태 교사는 “학교현장은 많은 콘텐츠가 아니라 저작권문제가 해결된 즉시 사용 가능한 콘텐츠가 필요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남행석 서울행현초 교사는 “교육과정이 바뀌고 나면 신규자료가 많이 부족하고 기존 자료들은 사장되는 경우가 더 많을 것”이라며 “민간기업들이 이익과 사회 기여라는 균형을 맞춘다는 생각으로 교육현장에 대한 기부를 해준다면 콘텐츠 공유가 더욱 활성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교육정보 자료를 교사, 학생, 학부모가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의 교육정보 자유 이용체제(Open Educational Resource)' 구축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기존 서비스가 단순 개인목적의 이용만을 허용한다면, 보다 포괄적인 교육활동 범위에서 자유롭게 교육정보 이용(Open Licence)이 가능한 유통체제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저작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장 교사들이 직접 촬영하거나 제작한 자료를 올리는 것도 한 방법이다. 수업에 쓸 수 있는 우리 주변의 동물과 식물, 유적지 유적지 등 교육과 관련된 사진 및 영상자료는 모두 훌륭한 수업자료가 될 수 있다. 이같은 자료를 올릴 수 있는 사이트와 교과에 알맞은 분류할 수 있는 기준만 있다면 모든 교사가 이를 공유하면서 양질의 교육자료를 구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실제 OECD국가의 경우 이러닝 활용과 콘텐츠 공유운동이 교육경쟁력 차원을 넘어 교육을 지식산업의 중심으로 전환하는 원동력으로 인식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제적으로 각국의 우수 콘텐츠를 대외적으로 공개 및 공유함으로써 수요자의 다양한 요구에 부합하는 콘텐츠 확보를 통해 이러닝의 수월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노력도 전개되고 있다. 미국 MIT의 경우 75%의 교수진의 참여를 통해 1800개 강좌를 인터넷에 공개하고 있다.
한국교육학술정보원 정광훈 교사서비스팀장은 “자유로운 교육정보 유통체제가 구축돼야 교원들의 교원의 수업 전문성 신장을 위한 지원이 가능해지고, 이에 따른 교수-학습 지원체계화 및 우수 수업사례가 확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