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서울시학교보건진흥원에서 교과부와 16개 시도교육청, 한국교육개발원,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등이 참여한 '교육정책네트워크' 주최로 ‘교원업무경감 방안의 방향과 과제’에 대한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서 김이경 중앙대 교수는 “교사의 직무수행기준의 부재는 현실적으로 교사들이 반드시 해야 하는 업무도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안되는 업무도 없기 때문에 새로운 업무를 지속적으로 추가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한다”고 지적했다.
교원들의 업무 증대 자체보다는 교수·학습과 관련 없는 비본질적 업무 증대가 문제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교과부가 지난 4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A고등학교의 공문건수가 2007년에 5951건, 2009년에 6444건, 2010년 4월 기준 2290건으로 해를 거듭할수록 증가하고 있다. 이중 단순안내 공문이 44%, 실적 제출이나 국감요구자료 등의 공문이 19%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교수는 “어떤 교무부장은 최근에 오전 10시에 공문이 와서 12시까지 회신에 달라는 지시에 교감선생님께 수업을 맡기고 처리하는 일까지 있었다고 했고 한 교사는 교무업무시스템, 에듀파인, 나이스 등 각 사이트별로 하루에 10차례 이상 들어가 확인을 할 정도라고 했다”며 학교 현장의 목소리를 전했다.
더욱이 대부분의 공문처리가 교사 수준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다른 교사나 학생, 학부모들까지 공유하는 업무를 포함하고 있어 처리 시간도 오래 걸리고, 일부 교사들에게만 공문처리가 몰리고 있는 것도 문제로 제기됐다. 김 교수는 “정부가 원하는 교육개혁을 싼 값으로 교사들에게 얹어서 추진할 수 있다는 마인드의 전환이 선행돼야 하고 교육 정책은 사업비 확보만으로 구현되는 것이 아니라 인력이 함께 확보될 때 가능해지는 만큼 교원을 증원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양성관 건국대 교수는 교원업무의 개념 정의부터 선행돼야 한다는 주장을 냈다. 양 교수는 “교원의 업무 분류에 대한 인식이 달라 경감해야 할 잡무대상의 수준과 범위가 여전히 모호한 만큼 업무의 특징을 분석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더불어 “교원업무 경감의 조건으로 교사의 수업을 기능적 방법의 차원이 아니라 규범적이고 도덕적 차원임을 염두해야 하고, 단순히 기술적인 문제보다는 학교 구성원간의 관계의 중요성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현장교원들 사이에서는 올해부터 전면 실시된 에듀파인의 개선과 행정업무 전담직원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강경화 서울매헌초 교감은 “전자문서, 나이스, 교무업무시스템, 에듀파인 등 네 가지의 학교행정업무시스템을 통합하고 교무부장이나 연구부장을 행정전담교사로 지정해 수업을 적게 배당하도록 하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고흔석 서울우이초 교사는 “현재 수행하는 교사의 업무를 주요업무와 지원업무로 나누고 빈도, 중요성 등을 고려해 업무의 표준화된 부분을 찾아 매뉴얼을 만들어 활용토록 할 것”을 제안했다.
김중원 서울청담고 교사는 “단순 안내공문은 시도 교육청 전자문서 게시판을 활용해 대체하고, 의회의 요구 통계자료는 통계전담처리기관에서 제공토록 해서 단위학교에 접수되는 공문의 양을 반으로 감축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