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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실업수당 가정에 ‘교육 칩’ 배분 논란

자녀 교육 관련 항목이면 어디든 쓸 수 있어

수혜자들 “동물원·수영장도 갈 수 있어 기뻐”
야당에선 “국민의 자유의지 중요” 취소해야


독일에서 소위 '하르츠 4'라는 실업수당은 어느새 빈곤의 상징이 되었다. 아젠다 2002의 개혁 이후 실업수당의 종류가 하르츠 4조로 일괄되면서 실업수당의 액수도 줄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부자나라 독일에서 아동빈곤은 어느새 신문, 방송에 단골로 등장하는 표제어가 되었다.

실업수당을 받는 가정 어린이들의 일상생활은 그리 풍족하지 못하다. 새 운동화, 극장, 과외 등은 독일의 250만 명 정도의 어린이들에게도 딴 세상의 이야기다. 독일은 사회복지 시스템 개혁 이후 지난 60년 이래 가장 큰 사회 분열 위기에 놓여 있다고 할 정도로 빈부격차가 심해지고 있다.

올 2월 독일 헌법 재판소는 현 실업수당이 최소 자녀 양육비를 지불하는 데 부족하므로 이 부분에서 실업 수당의 수정이 요구된다는 판결을 내놓았다. 이를 약간이라도 극복하려면 실업수당 하르츠 4조항의 기본급이 357유로를 440유로로 인상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쨌든 아젠다 2002로 통칭되는 개혁으로 어린이 청소년 빈곤 비율이 갑자기 상승했다.

이미 독일은 피사테스트 학생들의 가정환경과 학력의 상관관계가 높기로 악명 높다. 그런 만큼 이번엔 독일 노동부장관(기민당)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냈다. 전체 실업수당을 높이는 대신 실업수당수령 가정 중 학생이 있는 가정에 교육 칩-카드를 배분하자는 것이다. 즉 이 카드로 과외, 스포츠클럽, 학용품비 등 교육에 관련된 비용을 지급할 수 있다.

우줄라 폰 데어 라이엔 독일 노동부 장관은 "실업수당을 약간 올린다고 해서 아이들이 과외 받을 비용이 남는 것은 아니다. 정부는 내년부터 실업수당 수령 가정 학생들에게 전자 교육 칩을 배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미 슈투트가르트는 교육 칩 카드 사용을 시작하고 있다. 지빌레 하러(43세)도 교육 칩 카드의 수혜자다. 지난 일요일 아들 아드리안(8세)과 함께 동물원에 다녀왔다. 물론 지불은 교육 칩 카드로 했다. 그녀는 "이 카드로 딸들에겐 학교 캠핑도 보내줄 수도 있고, 수영장에 보낼 수도 있다. 아들은 동물원에 갈 수도 있고 피아노도 배울 수 있다. 이 카드가 없었다면 꿈도 못 꿨을 일"이라며 기뻐했다.

현재 슈투트가르트의 경우 교육 칩 카드 배분은 실업수당 수령자에게만 한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다. 이는 연 소득 6만유로 이하의 가정에 17세 이하 어린이 청소년들에게 모두 해당된다. 1인당 교육 칩 카드로 지불 할 수 있는 현금 내역은 월 60유로다. 60유로 이내에 자녀 교육과 관련된 항목이면 어디든 쓸 수 있다. 과외, 악기 배우기, 스포츠, 수학여행에 대한 지원이 여기에 속한다.

이 교육 칩 모델은 슈투트가르트 시가 이미 10년 전부터 시행되고 있다. 원래 자녀가 있는 가정을 지원하기 위해 고안된 정책이었다. 슈투트가르트 시 사회복지청의 부청장 슈테판 슈파츠는 "이 카드를 빼고 우리 도시의 일상은 생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정착되었다. 올해 우리 사회복지청은 4만3000개의 칩 카드를 배분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저항도 만만치 않다. 국가가 국민을 미성숙 존재로 본다는 이유에서다. 비판은 기민련의 자매당인 기사당에서 먼저 나왔다. 기사당의 중산층연합의 의장 한스 미헬바흐는 정부에게 이 계획을 당장 취소해 줄 것을 요구했다.

그는 "국가가 실업수당을 받는 국민의 자유의지도 존중할 줄 알아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야당인 사민당도 비판의 날을 세웠다. 사민당 소속의 마누엘라 슈베지히는 "실업수당을 올리지 않으려는 속셈"이라며 "아이들은 더 많은 교육 프로그램과 참여, 충분한 점심식사, 유치원 등을 필요로 한다. 노동부 장관에게서 더 구체적인 정책을 기대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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