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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쓰는 교사론> 미래를 꿈꾸며 희망을 도모하라

“교장이 교사 하나하나를 기억해주고 믿어주며, 이해할 때 학교는 희망이 있다. 군불을 때야할 때 불쏘시개의 역할을 해야 하는 게 관리자의 역할이다.”


친구들을 만나면, 그 자리가 더러 술이라도 오가는 자리라면 더욱, 친구들은 예의를 구하지 않고 말을 한다. “우리 같은 놈은 개고생 하는데, 선생은 방학이 있어서 할 만 할 거야. 안 그냐?” 하하 맞는 말이다. 그래서 선생이 부러운 것이라면 맞다. 선생에게는 펑펑 놀 수 있는 방학이 있으니까.

그러나 해즐리트의 말처럼 그것은 무식의 소산이다. 그들에게 아니라고 반박해봤자 무엇 하겠는가. 술 취한 자의 면책특권인 것을. 나는 그냥 웃어넘긴다. 그러나 야박한 말이지만, ‘선생의 똥은 개도 안 먹는다’라는 말로 논박을 끝내고 싶다. 얼마나 고되고 팍팍했으면 그 같은 말이 속담이 되었을까. 만약 선생이 편해서 할 만한 직업이라고 말하는 ‘교사’가 있다면 그는 분명 명품은 아니다.

초등과 중등이 서로 다르겠지만, 인문계 고교 같은 경우엔 방학 중에 보충학습을 해야 한다. 부장은 부장대로 긴급한 공문이 도착하면 출근해야 하고, 교장과 교감도 교대로 출근하여 학교를 관리해야 한다. 모두 바쁜 셈이다.

중요한 것은 그 하루를 어떻게 사는가에 있다. 창의적 사고를 가지고 어떻게 하면 작년보다 나은 가르침을 펼칠 것인가, 또는 작년보다 어떻게 행복한 학교를 만들 것인가 역동적으로 고민해야 할 것이다. 새해는 밝았어도 작년과 다를 바 없이 신학기가 시작된다면 아,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변화 없는 학교, 변화 없는 선생들처럼 절망적인 권태는 없을 것이다.

그래서 선생은 바쁘게 살아야 한다. 신학기의 교재 분석을 하고, 교과연구모임에 참석하며 교실 수업에 필요한 연수와 강습을 받으면 얼마나 유익한가. 이러한 일들이 우리 스스로의 자존심을 지키는 일이기에. 그러나 일부는 승진을 위한 점수 따기, 성과급에서 유리한 등급을 확보하기 위해 바쁜 경우가 더 많다. 대학원도 그래서 다닌다. 더욱이 대부분의 관리자나 교육전문가들이 다 그렇게 점수 관리를 해서 그 자리에 올랐다니, 언어도단이다.

그래서 신년에는 남에게 잘 보이려고 행세하거나 개인의 평안만 챙기려는 교사들이 없기를 바란다. 그리고 뒤에서 빈정대며 남을 헐뜯는 이들도 냉수마찰하기를 바란다. 그런 다음 신학기에는 모든 선생들이 야생의 쿵쾅거리는 심장으로 아이들을 맞았으면 좋겠다.

또한 선생들은 방학을 통해 무서운 독서를 하기를 바란다. 대형서점에 갔을 때 수 만 권의 책들 앞에서 초라해진 자신의 모습을 기억해 보라. 얼마나 부끄러웠던가. 방학 중에 책과의 연애는 필수코스이다. 실력이 없는 선생은 고독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그리하여, 신학기에는 관리자가 변해야 한다. 초·중등을 막론하고 일부 학교는 관리자가 문제의 중심에 있는 경우가 있다. 고생고생해서 교장이 되었으니 좀 쉬겠다는 얘기인지, 아니면 자기 스타일대로 하겠다는 건지, 어떤 합리적인 교육철학도 청사진도 없이 지위만 누리는 경우가 많다. 그러한 경우, 학교는 절단난다. 유령이 사는 건물처럼 황량하고 생기가 없어진다. 그래서 하는 말인데, 교장이 달라져야 학교가 산다.

어미 닭이 알을 품어야 새 생명을 태어나게 하듯, 교장은 선생의 내면에 들어있는 무한한 가능성들이 빛을 보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선생에게 뛰어난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교장이 그것을 이끌어내 주지 못한다면 선생과 교장은 불행하다. 교장이 선생 하나하나를 기억해주고 믿어주며, 이해할 때 학교는 희망이 있다. 군불을 때야할 때 불쏘시개의 역할을 해야 하는 게 관리자의 역할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관리자들은 선생을 원칙에 따라 길들이고 통제하려는, 대결구도의 대척점에 맞서 있는 존재라는 게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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