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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간접체벌 허용, 학교에 맡기자

학생 인권 못지않게 중요한 ‘학습권’과 ‘교수권’
교육 현실 안다면 교과부 시행령 개정 추진해야

체벌(體罰)이란 말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몸에 직접 고통을 주는 벌이라고 나온다. 그래서인지 체벌이란 말 자체에서 풍겨 나오는 어감이 영 마뜩치 않다. 솔직히 교육현장에서 시급히 사라져야 할 구시대적 용어의 하나가 아닌가 싶다. 물론 껄끄러운 느낌을 완화하기 위해 ‘사랑의 매’로 바꿔 부르기도 하지만 거북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새 학기가 시작되며 체벌, 그것도 개념조차 불분명한 간접체벌이 이슈로 떠올랐다. 이유는 간단하다. 지난해 일부 교육청에서 충분한 검토와 준비 없이 체벌전면금지 조치를 내린 이후 교육현장이 갈등에 휩싸이자 교과부가 이를 보완하기 위한 조치로 간접체벌을 허용하는 쪽으로 관련 법령의 개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국가인권위원회가 간접체벌도 인권침해라는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도대체 간접체벌의 범위가 어느 선까지이고 또 어떤 유형이 있는 지 궁금했다. 찾아보니 간접체벌은 매를 대는 직접체벌과는 달리 도구나 신체를 이용하지 않고 고통을 주는 벌을 의미하는데 ‘교실 뒤 서 있기’, ‘팔굽혀펴기’, ‘운동장 달리기’ 등이 있었다. 이 같은 간접체벌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는 “도구나 신체를 이용하지 않는다고 해서 체벌의 비교육적 요소가 근본적으로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교과부의 개정안을 수정하라고 요구했다.

문제는 현실이다. 교실은 학생과 교원이 1대 1로 교육활동을 하는 곳이 아니라, 1인의 교사가 다수(초 31명, 중 35.6명)의 학생과 함께 교육활동을 하는 곳이다. 교육현장에는 인권 못지않게 중요한 권리가 있다. 다수 학생들의 학습권과 이를 위한 교사의 교수권이다. 이것은 어쩌면 학교가 존재하는 이유이자 근본 목적인지도 모른다.

물론 인권과 학습권, 교수권이 양립하는 것은 아니다. 인권이 보호되면서 학습권과 교수권이 존중된다면 그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그러나 적어도 현재의 교육현장은 그런 이상적인 상황이 아니라는 데 문제가 있다. 지난해 일부 교육청에서 학생인권보호 차원에서 체벌을 금지한 이후 교실에서 나타난 현상이 이를 입증한다. 교사가 학생에게 폭행을 당하고 학생들이 교사를 성희롱하는 장면까지 인터넷에 공개됐다. 언론에 보도된 사례를 일일이 거명하는 것조차 민망할 정도다.

학생의 인권도 당연히 존중받아야 한다. 그런 점에서 언젠가는 직접이든 간접이든 모든 유형의 체벌은 사라져야 한다. 그렇지만 지금까지 학교의 질서와 학습 환경을 유지하기 위해 체벌이 유효한 수단으로 활용된 점도 인정해야 한다. 그런데 충분한 준비나 여론 수렴 과정도 없이 학생의 인권 보호를 명분으로 당장 체벌을 금지한다면 그로 인한 부작용은 누가 책임질 것인가. 물론 하기 좋은 얘기로는 아이들과 직접 대면하는 교사들이 애정을 갖고 지도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주장하는 사람이 아이들과 단 며칠이라도 교실에서 생활하고 또 수업을 해봤으면 좋겠다. 이상만 갖고 말하는 교육은 약(藥)이 아니라 독(毒)이 될 수 있음을 왜 모르는가.

성장 과정에 있는 아이들 중에는 질서나 규율을 무시하고 제멋대로 행동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 아이들로부터 대다수 학생들의 학습권을 보호하거나 교사가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를 마련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그런데 만약 이마저도 지켜줄 수 없다면 어떤 현상이 일어날까? 가장 큰 문제는 교사의 무관심이다. 잘못한 사항에 대해 따끔하게 혼내도 아이들이 인권을 내세워 따지고 덤빈다면 어떤 교사가 쓴 소리를 하겠는가. 봐도 못 본 척, 들어도 못 들은 척 교육을 포기하는 교사들이 늘어간다면 학교는 어떻게 되겠는가.

모든 교육의 기본은 학생들의 생활지도에 있다. 그래서 기본적인 질서와 규율을 가르치는 것은 학교가 할 당연한 소임이다. 아이들이 질서와 규율을 지키지 않으면 스스로에게 불이익이 돌아온다는 것을 알아야 교육의 영(令)이 선다. 물론 우리보다 훨씬 앞서서 체벌금지를 도입한 미국처럼 할 수도 있다. 미국의 학교는 날로 난폭해지는 학생들을 지도하기 위해 교사가 나서지 않고 학교에 ‘스쿨 폴리스'를 고용하고 규율을 어기거나 수업을 방해하는 학생을 격리하고 있다. 정도가 심한 경우에는 학부모를 소환해 함께 책임을 묻기도 하는데 혹시 이런 방법까지 배우겠다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

모든 교육 현안이 그렇듯 간접체벌 허용 여부도 단위 학교에 맡기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대안일 듯싶다. 학생들의 수준이나 교육 환경을 고려해 간접 체벌이 필요하다면 학교구성원의 합의를 거쳐 관련 규정을 만든 후 적용할 수 있지만 학생들이 규율과 질서를 잘 지키고 학습활동에 적극적이라면 굳이 간접체벌을 도입할 필요는 없다.

간접 체벌 허용에 따른 논란의 본질은 교육청을 비롯한 상급 기관이 통제하려는 데 있다. 그러니 국가인권위원회까지 견해를 표명하고 나선 것이다. 이런 문제일수록 학생들을 가장 잘 알고 있는 학교를 믿고 자율에 맡기는 것이 옳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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