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위학교에서 자율적으로 수업시간을 20% 이내에서 변동해 운영할 수 있도록 한 2009 개정 교육과정이 시행되면서 전국 초·중학교 주요과목 편중 현상이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교총이 1월 15일부터 2월 28일까지 전국 초·중학교 585개교를 대상으로 교과편성 현황을 조사한 결과 초등학교는 국어와 수학, 중학교는 영어와 수학 수업이 늘어났다.
특히 중학교의 경우 전체 251개교 중 71.3%가 영어 수업을 평균 44.8시간 늘렸고, 절반 이상의 학교(51.7%)에서 수학 수업을 평균 34.3시간 늘린 것으로 조사됐다. 국어의 경우 전체의 8%(20개교)가 평균 34시간 늘렸지만, 오히려 34시간을 줄인 학교도 1개교 있었다.
반면 국·영·수를 제외한 나머지 과목의 수업시수는 평균 32% 감소했고 그 중 한문, 제2외국어 등 선택과목(129개교)을 줄인 학교가 가장 많았다. 기술·가정(99개교), 도덕(55개교), 사회·역사, 과학, 음악·미술, 체육이 그 뒤를 이었다.
초등학교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났다. 특히 개정 교육과정이 적용된 초 1~2학년의 경우 절반 정도(49%)의 학교가 국어와 수학시간을 각각 평균 약 10시간, 8.8시간 늘렸다고 답했다.
이처럼 학교에 수업시수 자율권을 허용하면서 창의인성 교육을 목표로 한 2009 교육과정이 도리어 입시 위주의 교육에 치우치는 결과를 낳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박동준 미래형교육과정저지 공동대책위원장(한국도덕윤리과교육학회장)은 “전인적 인성 교육을 강조하면서 해당 교과는 축소하고 교과외 체험활동으로 성과를 기대하는 것은 학교 현실을 모르는 논리”라며 “발달 단계를 무시한 채 시간을 몰아 진행하는 집중이수제는 국·영·수 이외 과목은 자동차운전교육처럼 생각하는 단순한 발상”이라고 말했다. 또 “도덕과 교육 등은 청소년기 동안 꾸준히 반복적으로 이뤄져야 학습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운영여건도 마련하지 않은 채 서둘러 적용하다보니 교과서 마련은 커녕 교원 수급도 문제다. 특히 국·영·수 이외 과목 교사의 입지가 좁아지면서 해당 과목에는 신규 교원을 한명도 뽑지 않아 예비교원들도 혼란에 빠졌다.
학교 현장에서도 수업시수 감축 과목 교사는 순회 교사 또는 전공 전환을 해야 하는 경우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박 위원장은 “수업시수가 감축되면서 도덕과 교사들의 부전공 연수를 권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다른 과목으로 전직하려는 교사가 늘고 있고 불안한 마음으로 어떤 과목을 부전공 연수를 받아야 하나 고민하는 교사들이 상당수”라고 전했다.
채정현 한국교원대 가정교육과 교수는 “아직 실증적인 자료를 수집하지는 못했지만 가정과 역시 교장으로부터 상치 교사로 종용받을까 우려하는 선생님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조사를 담당한 서혜정 한국교총 정책개발국 부장은 “2009 개정 교육과정이 국·영·수 편중현상을 부를 것이란 지적이 꾸준히 나왔지만 이런 현상이 실제로 확인된 것은 처음”이라며 “교섭을 통해 교과부에 ‘교육과정 보완’을 꾸준히 요구하는 동시에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국·영·수 내에서만 수업시수 20% 증감 시행 등 계속해서 정부에 개선을 요구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