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의회는 최근 재정 부담과 실효성을 이유로 16~18세 학생들에게 지급하던 교육유지수당(Education Maintenance Allowance; EMA)을 폐지 및 축소하기로 결정했다.
영국 정부는 “지원을 받지 않아도 되는 상당수 학생들이 수혜 대상에 포함됐다”며 “공적 자금의 더 나은 운용과 가장 도움이 절실한 학생들에 대한 재정 지원을 위해 이 제도를 조정하고 가장 취약한 계층 10%에게 재원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2004년부터 도입된 EMA는 의무교육 기간이 끝나는 16세부터 18세까지의 저소득층 가정 자녀들에게 주당 최대 30파운드를 보조해주는 국가 장학사업의 일종이다.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즈, 북아일랜드 등 영국 전역에서 실시되고 있으며 지원금은 가구 소득에 따라 달라진다. 잉글랜드 지역의 경우, 연간 소득 £20817까지는 주당 £30, £20818에서 £25521까지는 주당 £20, £25522에서 £30810까지는 주당 £10의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학생들은 매주 (혹은 지역에 따라 격주로) 은행계좌로 입금되는 수당을 교재·수업장비 구입, 교통비 등 원하는 곳에 쓸 수 있다.
현재 정규교육을 받고 있는 16~18세의 학생들 중 45% 가량인 65만여명이 이 프로그램의 도움을 받고 있다. 또 지원금 한계액인 주당 30파운드를 받는 학생들도 대상자 중 약 80%에 달한다.
이러한 EMA에 영국 정부가 들이는 예산은 행정관리비 3600만 파운드를 포함해 연간 5억6000만 파운드 이상에 달한다. 그러나 이렇게 막대한 예산이 재정적 여유가 있는 학생들에게까지 지원됐다는 데 문제가 제기됐다. 정부가 국립교육연구재단(NFER)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 EMA 수혜 학생들의 90%가 “지원금을 받지 않았더라도 해당 프로그램이나 수업을 들었을 것”이라 답했다. 이러한 결과가 나오자 영국 교육부는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 막대한 예산을 쓰고도 효과를 장담할 수 없는 사업에 수억을 지출하는 사치를 할 수는 없다”면서 “이렇게 하지 않으면 결국 젊은이들이 그 비용을 지불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하고 EMA 제도의 전면 재조정에 나섰다.
BBC와의 인터뷰에서 익명을 요구한 영국 링컨셔의 한 교사는 “수당이 가장 필요한 학생들에게 가고 있지 않을 뿐 아니라 지급된 수당은 자동차 보험비를 내는 등 엉뚱하게 사용되는 경우가 잦다”고 말했다. 또 “가족과 흩어져 살거나 부모가 자영업을 하는 경우 EMA를 받기 위해 매우 낮은 소득으로 신고하는 일도 많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EMA의 허점이 계속 지적되면서 영국 정부는 대신 올 9월부터 재정 지원이 가장 절실한 취약 계층 학생들만을 대상으로 이들이 지속적인 정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돕는 ‘16~19 장학금(16 to 19 bursary)’을 신설했다.
이에 따라 대상 청소년 1만2000명은 연간 1200파운드의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된다. 학기 및 실제 출석일에 따라 지급되던 기존의 EMA가 최대 연간 760파운드를 받았던 것에 비하면 더 많은 금액을 지원받게 되는 셈이다.
또 전문학교 및 중등학교에도 1억6000만 파운드의 지원금이 배분된다. 정부보다 해당 학생들의 상황을 잘 알고 있는 각 학교들의 재량에 따라 가장 도움이 필요한 저소득층 학생들의 교통비, 식비, 교재구입비 등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학교에서는 불필요한 행정절차를 거치지 않고 대상 학생들에게 지원금 규모, 지급 주기, 지급 기준을 조정해 지원할 수 있다.
정부 대변인은 새로운 제도의 실시에 앞서 “중요한 것은 가장 곤란하고 취약한 학생들에게 보다 확실한 미래를 보장하도록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